관중(觀衆)은 한 장소에 모여 스포츠나 오락을 즐기는 이들을 말한다. 중국, 한국, 일본에서 쓰는 한자어이다. ‘볼 관(觀)’과 ‘무리 중(衆)’이 합쳐진 단어로 사전적 의미는 운동 경기 따위를 구경하기 위하여 모인 사람들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관중(觀衆)’이라는 말이 20회나 나온다. 조선시대에도 많이 썼던 단어임을 알 수 있다.
관중은 영어로 ‘spectator, audience, crowd, attendance’ 등으로 표기한다. 관중의 ‘관(觀)’은 영어로 본다는 의미인 ‘watch’에 해당하며, ‘중(衆)’은 대중을 의미하는 ‘mass’에 해당한다. 특히 테니스, 골프서는 관중에 해당하는 영어로 ‘갤러리(gallery)’라는 말을 쓴다. 갤러리라고 하면 '화랑'이나 '미술관'을 먼저 머리 속에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테니스, 골프 등에서 갤러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마치 화랑에서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고급스포츠로 치부됐던 테니스, 골프를 즐긴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골프에서 갤러리라는 말은 골프 대회를 보는 게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로프 바깥에서 관람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골프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한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 골프를 구경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귀족 스포츠’로 치부됐던 골프는 대회를 열더라도 극히 일부 선수들이 참가했으며 관중들도 거의 없었다. 드넓은 필드에서 관중의 모습은 그림 속의 한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골프대회에서 갤러리들은 한 장소에 설치된 스탠드에서 보기도 하지만 실제 선수들이 하는 코스를 따라 다니며 경기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대회 주최측은 보통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중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코스를 따라 로프를 설치한다. 자원봉사자들은 로프 안으로 갤러리들이 들어오지 않도록 제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에 손을 대지 않도록 로프를 쳐 놓고 찬찬히 그림을 보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광경이다. 골프장에서 관중을 보면서 미술관이 충분히 연상됐을 법하다. (본 코너 25회 ‘골프에서 관중을 왜 ‘갤러리’라고 할까‘ 참조)
프랑스 귀족 가문에서 즐기던 ‘죄드폼(Jeu de Paume)’이라는 공놀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테니스는 근대 이전 주로 귀족이나 성직자들이 즐기던 종목이었다. 테니스 초기에는 프로 테니스 선수가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뛰는 것을 금지했다. 귀족들의 스포츠를 돈벌이로 활용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하다. 갤러리라는 말을 골프와 함께 쓰는 것은 귀족스포츠의 전통을 이어 나가려는 뜻도 담겨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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