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는 2024년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다. 두산 베어스에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한 명장이었다. 3년 총액 24억 원이라는 계약 규모에도 기대가 담겨 있었다. 오랜 암흑기를 끝내고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 연속 정규시즌 7위다. 2017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도 9년째 이어졌다. 명장을 데려왔지만 성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쯤 되면 감독의 이름값만으로 팀의 성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부터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 프로야구에서 감독의 보수는 타 종목보다 낮다. 왜 그럴까? 감독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감독의 역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선수의 기량과 선수단의 구성, 부상으로 인한 전력 손실까지 감독 혼자 해결할 수는 없다. 감독이 아무리 뛰어나도 선수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반대로 뛰어난 선수들이 모이면 감독이 모든 것을 특별하게 하지 않아도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감독의 경기 운영과 선수 육성 능력을 무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감독은 주어진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없는 전력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감독은 선수 대신 야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어떨까. 국내에서도 감독의 몸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이 3년 최대 32억 원에 재계약하며 역대 KBO 감독 계약 규모를 새로 썼다.
인기 스포츠인 한국 야구에서 감독의 연봉이 높아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감독에게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걸고, 감독 한 사람을 바꾸거나 유명한 감독을 데려오는 것만으로 팀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풍토다.
롯데가 바로 이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 기업 경영과 프로야구단 운영은 다르다. 기업에서는 경영자의 전략과 판단이 조직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기업 역시 직원들의 역량과 현장의 실행력이 중요하지만, 경영자가 방향을 정하고 조직을 재편해 성과를 바꾸는 일이 가능하다.
그러나 야구단은 다르다. 경영진이 아무리 유능해도 직접 타석에 들어설 수 없다. 구단주가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라도 선수가 못 치는 공을 대신 쳐줄 수는 없다. 감독이 아무리 명장이라도 부족한 선수층을 말 한마디로 채울 수는 없다.
그런데도 구단 운영을 기업 경영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능력 있는 경영진을 두고, 이름난 감독을 영입하고, 좋은 조직 관리만 하면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야구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경기력은 선수단의 실력에서 나온다.
롯데는 김태형 감독을 영입할 당시 그가 두산에서 거둔 성과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 경력은 분명 인정받을 만하다. 하지만 두산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롯데에서도 같은 결과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팀마다 선수 구성과 전력, 육성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롯데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감독의 이름값에 기대는 것이 아니다. 선수단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하며, 주전이 부상이나 부진으로 빠져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층을 만드는 것이다. 당장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과 미래를 책임질 육성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한다. 감독은 선수가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지, 선수를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감독을 데려와도 선수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반대로 경쟁력 있는 선수단을 만들면 감독은 그 전력을 극대화할 기회를 얻는다.
롯데가 이 가장 쉬운 진리를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면 문제는 감독 한 사람에게 있지 않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구단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3년 연속 7위라는 성적표 앞에서 롯데가 정말 반성해야 할 것은 누구를 감독으로 앉힐 것인가만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 선수단을 만들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감독이 누구든 롯데의 내일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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