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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45] 왜 '봅슬레이(bobsleugh)'라고 말할까

2026-10-24 07:15:36

  봅슬레이 4인승 한국팀 경기 모습
봅슬레이 4인승 한국팀 경기 모습
‘봅슬레이(bobsleigh)’는 얼음 트랙을 내달려 짧은 순간에 승부를 가르는 경기다. 선수들은 썰매에 몸을 밀착한 채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곡선 구간을 통과한다. 작은 조종 실수 하나가 기록을 바꾸고, 팀원들의 호흡이 메달의 색깔을 결정한다.

봅슬레이는 영어로 ‘bobsleigh’로 표기한다. ‘bob’은 머리나 몸을 위아래로 까딱이거나 짧게 움직이는 동작을 가리킨다. ‘슬레이(sleigh)’는 눈이나 얼음 위를 달리는 썰매를 뜻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이 말이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목재 운반용으로 사용하던 짧은 썰매를 가리켰다. 초기 봅슬레이의 역사에서 썰매를 움직이거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탑승자들이 몸을 앞뒤로 움직이던 모습이 많았다. 이러한 동작이 ‘bob’이라는 말과 연결되고, 썰매를 뜻하는 ‘sleigh’와 결합해 ‘bobsleigh’라는 이름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봅슬레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2년 2월7일자 ‘國際(국제)올림픽冬季大會順序(동계대회순서)’ 기사에서 ‘【九日(구일)】△봄슬레이△女子(여자)스쿨피규어△아이스혹키’라고 전했다. 당시 동계올림픽 경기 일정을 소개하면서 봅슬레이를 ‘봄슬레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이 기록은 우리 언론이 봅슬레이라는 외래 스포츠 용어를 적어도 1932년에는 사용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표기인 ‘봅슬레이’와 당시의 ‘봄슬레이’를 비교하면, 외국어의 발음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기가 달라졌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신문 기사가 최초의 사용 사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더 오래된 신문과 잡지, 체육 관련 자료를 추가로 살펴봐야 최초 사용 시점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봅슬레이의 올림픽 역사는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제1회 동계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흥미로운 점은 봅슬레이가 동계올림픽 초기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100년이 넘는 올림픽 역사와 함께해 온 스포츠라는 사실이다.이름의 역사만큼이나 종목의 역사도 흥미롭다. 봅슬레이는 19세기 후반 스위스의 알프스 지역에서 겨울철 레저 문화와 함께 발전했다. 눈과 얼음 위에서 썰매를 타던 활동이 점차 규칙과 전용 트랙을 갖춘 경기로 자리 잡았고, 마침내 국제적인 동계 스포츠로 성장했다. 오늘날 선수들은 공기 저항을 줄이는 유선형 썰매와 경기복을 활용하고, 출발 때는 폭발적인 힘으로 썰매를 밀어 가속도를 얻는다. 이후에는 트랙의 곡선과 경사에 맞춰 최적의 주행선을 찾아야 한다.

봅슬레이의 영어 표기에도 흥미로운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흔히 ‘bobsled’라고 쓰고, 영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는 ‘bobsleigh’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두 단어 모두 같은 스포츠를 가리키지만, 영어권의 지역별 어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말 봅슬레이는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영어 명칭의 발음을 옮긴 말이다.

결국 봅슬레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스포츠 용어를 넘어, 썰매를 타던 사람들의 움직임과 겨울철 놀이 문화가 현대 스포츠로 발전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이름의 유래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의 정교한 경기 뒤에 오래된 생활문화와 언어의 흔적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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