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carve’는 ‘깎다’, ‘새기다’, ‘조각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다. 나무를 깎아 조각을 만들거나, 칼로 음식물을 썰어 내는 행위가 대표적인 예다. carve는 고대 영어 ‘ceorfan’에서 유래했고, 중세 영어 ‘kerven’을 거쳐 오늘날의 형태가 됐다. 게르만 조어를 거쳐 인도유럽조어 ‘gerb-’와 연결하기도 한다. carve에 동작이나 행위를 나타내는 접미사 ‘-ing’가 붙으면 ‘carving’, 즉 깎거나 새기는 행위가 된다.
돈다는 의미인 ‘turn’은 고대 영어 ‘turnian’과 ‘tyrnan’은 라틴어의 영향을 받았으며, 중세 영어 시기에 고대 프랑스어 ‘torner’ 등의 형태가 더해져 오늘날에 이르렀다.
카빙턴을 이해하려면 먼저 일반적인 미끄러짐과 카빙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키의 방향 전환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스키의 진행 방향과 실제 이동 방향 사이에 차이가 생기면서 스키가 옆으로 밀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흔히 스키의 스키딩(skidding), 즉 미끄러짐이라고 한다. 반면 카빙턴에서는 스키의 에지가 눈을 파고들고, 스키의 휨과 회전 반경이 결합해 비교적 선명한 곡선 궤적을 만든다.
카빙턴이 단순히 스키를 세게 누르거나 몸을 안쪽으로 기울이는 동작이 아니다. 스키의 에지 각도, 스키의 휨, 눈의 상태, 속도, 신체의 균형이 함께 작용해야 한다. 에지가 눈을 충분히 물지 못하면 스키는 옆으로 밀리고, 적절하게 물리면 스키는 자신의 형상과 휨을 이용해 곡선을 그릴 수 있다.
카빙턴은 결국 눈 위에 곡선을 ‘그리는’ 기술인 동시에, 에지로 그 곡선을 ‘새기는’ 기술이다. 바로 이 점에서 카빙이라는 이름은 기술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카빙턴이 오늘날처럼 스키 기술의 핵심 용어로 자리 잡은 데에는 스키 장비의 발전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키는 오랫동안 비교적 길고 허리 폭이 좁은 형태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런 스키로도 에지를 활용한 회전은 가능했지만, 회전 반경이 작은 곡선을 만들려면 스키어의 기술과 힘이 많이 필요했다. 이후 스키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넓히고 가운데 허리 부분을 좁힌, 이른바 사이드컷(sidecut)이 뚜렷한 스키가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스키를 에지 방향으로 기울여 휘게 만들면 스키 자체의 형상이 회전 궤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그 결과 스키어는 스키를 억지로 돌리는 대신, 스키가 휘어 만들어 내는 곡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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