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보다 안전이 먼저라는 사실이다.
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마라톤 칼럼을 통해 기록 경쟁에 앞서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러닝 인구가 늘어나고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는 오늘날에도 기록과 순위, 개인 최고 기록(PB)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달리기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안전에 대한 인식도 함께 성숙해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라톤은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운동이 아니다. 장시간 신체에 부담을 주는 지구력 스포츠인 만큼 자신의 체력과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속도와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능력보다 기록에 대한 욕심이 앞설 때 발생한다. 훈련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풀코스에 도전하거나,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는데도 주변의 응원과 완주에 대한 집념 때문에 달리기를 멈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가슴 통증, 실신할 것 같은 어지럼증, 비정상적인 호흡곤란, 혼란이나 의식 변화 등은 결코 참고 견뎌야 할 증상이 아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달리기를 중단하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심각한 열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마라톤에서 포기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멈추는 것은 다음 도전을 준비하는 현명한 판단이다.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동안의 노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반면 건강을 잃고서 얻은 기록은 결코 온전한 성취라고 할 수 없다.
참가자 규모에 적합한 코스와 급수 시설, 명확한 안내 체계, 응급의료 인력과 장비, 신속한 구조가 가능한 동선은 대회의 기본 조건이다. 기온과 습도, 강풍 등 당일 기상 여건을 고려해 적절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위험 상황에서는 참가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참가자가 급증하는 대회일수록 출발지와 좁은 코스 구간의 혼잡, 급수대 주변의 충돌 위험, 참가자 간 속도 차이 등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대회가 커지고 참가자가 많아졌다는 이유로 안전 관리가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기록 측정의 정확성이나 행사 진행의 완성도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요소에 앞서는 기준은 참가자의 생명과 건강이다. 많은 사람이 참가하고 기록을 남기는 대회가 결코 좋은 대회가 아니다.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달리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갈 때 비로소 대회가 완성된다.
달림이에게도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다
주최 측의 안전 대책만큼이나 참가자 스스로의 준비도 중요하다.
대회 전에는 자신의 훈련량과 건강 상태에 맞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평소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거리를 대회 당일의 의욕만으로 감당하려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초반 오버페이스를 피하고, 수분과 에너지 보충 계획을 준비하며, 기상 상황에 맞는 복장과 장비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기록을 자신의 기준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옆 사람이 빠르게 달린다고 해서 그 속도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기록은 각자의 훈련과 컨디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남과의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현명한 달리기다.
동료 달림이가 쓰러지거나 위급한 상황에 처한 것을 발견했을 때도 무심히 지나쳐서는 안 된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대회 안전요원이나 응급의료팀에 즉시 알려야 한다. 마라톤은 각자의 기록을 겨루는 경기이지만, 코스 위에서 서로의 안전을 살피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최종 목표는 건강하게 돌아오는 것
마라톤의 매력은 분명 기록에 있다.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과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달림이를 다시 출발선으로 이끈다. 문제는 기록이 달리기의 유일한 목적이 되고, 그 과정에서 건강과 안전이 희생될 때다.
우리는 이제 마라톤의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을 조금 더 넓혀야 한다. 얼마나 빠르게 달렸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달렸는가, 대회가 참가자를 얼마나 세심하게 보호했는가, 참가자들이 다음 대회에도 건강하게 도전할 수 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오늘 달성하지 못한 목표도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과 생명은 기록과 맞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마라톤의 진정한 승자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바라보고, 서로의 안전을 지키며,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에 돌아온 달림이가 승자다.
기록은 마라톤의 기쁨이지만, 안전은 마라톤의 전제다.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기록은 초시계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 오늘도 무사히 달리고 내일도 건강하게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라톤의 모든 출발은 건강한 귀가를 향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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