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언론은 1990년대부터 플루크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90년 11월23일자 ‘스키의 季節(계절)"손짓"’ 기사는 ‘스키의 기본자세는 직활강, 앞부분을 모으는 플루크, 옆으로미끄러지는 사활강자세의 3가지이다. 스키를탈때는 먼저 스키를나란히모으고 몸을 약간숙인상태에서 스키를 껴안는 기분으로 힘껏 밀어주면 그 ...’라고 소개했다. 이 기사는 적어도 1990년 무렵 플루크가 국내 신문 지면에서 스키의 기본자세를 설명하는 전문용어로 사용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다만 이 기사가 최초 사용 사례인지는 별도의 신문 자료 조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1990년대 초 신문에 남은 이 기록은 오늘날 스키 강습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용어가 국내에 소개되고 정착해 온 과정을 살펴보게 한다.
쟁기의 역할은 단순히 흙을 밀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땅속으로 날을 파고들게 해 흙을 가르고,흙을 옆으로 밀어내며 밭을 일군다. 이때 쟁기의 앞부분과 날이 만들어 내는 형상은 스키 초보자가 두 스키를 벌려 눈을 밀어내는 모습과 시각적으로 겹쳐진다.
독일어 pflug는 현대 스키보다 훨씬 오래된 말이다. 고대 고지 독일어 ‘pfluoh’, 중세 고지 독일어 ‘phluoc’ 같은 형태가 확인된다. 쟁기라는 뜻은 분명하지만, 그 단어가 궁극적으로 어디에서 비롯됐는지까지 밝혀진 것은 아니다.
초보자가 플루크를 익힐 때 배우는 것은 단순히 V자 모양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 양쪽 스키에 가해지는 압력과 날의 각도를 조절하면서 속도를 줄이고,한쪽 방향으로 회전하는 감각을 익히는 과정이다.
이 기술이 중요한 까닭은 스키를 빠르게 타는 능력보다 먼저 익혀야 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의 속도를 통제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능력이다. 플루크는 스키의 세계에 입문하는 사람이 눈 위에서 처음으로 속도와 방향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쟁기가 땅을 가르며 길을 만들 듯, 초보자의 플루크는 눈 위에서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길을 만든다. 아직 자유롭게 활강할 수는 없지만,자신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