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레인(terrain)’은 땅과 지형을 뜻하고, ‘파크(park)’는 공원을 뜻한다. 하나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지표면을, 다른 하나는 인간이 특정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을 가리킨다. 터레인 파크는 단순히 눈 위에 설치한 장애물의 집합이 아니다. 산의 지형을 뜻하는 단어와 사람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뜻하는 단어가 만나 탄생한 이름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2000년대이후 강원 하이원 스키장이 들어서면서 터레인 파크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2009년 12월 22일 자 스포츠경향 기사는 제목부터 ‘하이원리조트 ‘터레인 파크’본격가동‘이라고 되어 있어, 당시 하이원의 터레인 파크가 국내 언론에서 해당 용어를 알리는 구체적인 사례로 활용됐음을 보여 준다.
‘terrain’은 땅이나 지형, 지표면의 특성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다.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스어 ‘terrain’과 라틴어 ‘terra’를 만난다. 영어 terrain은 프랑스어를 거쳐 들어왔으며, 오늘날에는 단순한 땅덩어리보다 경사와 굴곡, 고도와 표면의 특성을 포함한 ‘지형’이라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산악 스포츠에서 지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경사면은 속도를 만들고, 둔덕은 도약의 발판이 되며, 자연스러운 굴곡은 라이더의 움직임을 바꾼다. 같은 산이라도 지형을 어떻게 읽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라이딩 경험이 만들어진다. 터레인이라는 말에는 바로 이 지형적 조건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
‘park’는 공원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머물고, 활동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중세 영어에서 park는 대체로 사냥감을 보호하기 위해 구획하고 둘러싼 토지를 뜻했다. 13세기 중엽의 용례에서는 사냥을 위한 동물 보호 구역이라는 의미가 나타난다. 이 단어는 고대 프랑스어 'parc'를 거쳐 영어에 들어왔으며, 그보다 앞선 서게르만어 계통의 ‘울타리 친 공간’ 또는 ‘구획된 땅’을 뜻하는 말과 연결되는 것으로 설명된다. 세부적인 어원 경로에는 학술적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경계를 두어 토지를 구획한다는 개념은 중요한 공통점이다.
스키와 스노보드 분야에서 터레인 파크가 가리키는 시설은 1989~1990년 시즌 미국 캘리포니아의 베어밸리 스키장에 조성된 초기 스노보드 파크 사례와 연결된다. 당시 공간은 1970년대부터 발전해 온 스케이트파크 문화의 영향을 받아 점프와 지빙, 하프파이프 같은 요소를 눈 위에 구현했다. 이후 1990년대에 여러 스키장으로 확산하면서 프리스타일 라이딩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시설의 발전은 두 단어가 결합한 현대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본 코너 1907회 '왜 '스키(ski)'라고 말할까', 1914회 '왜 ‘스노보드’라고 말할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