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을 감싸는 신발을 뜻하는 영어 ‘boot’는 중세 영어를 거쳐 중세 프랑스어와 고대 프랑스어 ‘bote’에 연결된다. 다만 그보다 앞선 어원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따라서 부츠라는 말이 특정한 고대어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유럽의 언어를 거치며 정착한 신발 명칭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정확하다.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 이후 부츠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 됐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63년 12월28일자 ‘부츠『스포티』한衣裳(의상)에 더잘어울려’ 기사에서 ‘○┉한동안 시들하던「부츠」가 올겨울에다시「모드」로 동장했다. 투박스럽게 른것 보다는다리의「포인트」를 조아매는 듯한...’라고 전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표현은 ‘모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낯설지만, 당시에는 패션의 유행이나 스타일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기사는 부츠를 기능성 장비가 아니라 의상과 조화를 이루는 패션 아이템으로 소개한다. 부츠가 다리의 선을 강조하고 옷차림에 개성을 더하는 요소로 인식되었음을 엿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 스키어들이 사용하는 ‘스키 부츠’라는 말도 바로 이 영어 표현의 결합이라는 사실이다. 다만 1963년 기사의 부츠와 현대 스키 부츠는 같은 단어를 공유할 뿐, 사용 목적과 기술적 기능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옷차림을 완성하는 패션의 언어였고, 후자는 스키어의 움직임을 스키에 전달하는 전문 장비의 언어다. 하나의 단어가 패션과 스포츠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각자의 의미를 발전시켜 온 것이다.
현대 영어에서 boot는 발목을 넘어 발과 다리의 일부를 감싸는 신발을 의미한다. ‘ski boots’는 여기에 스키라는 용도가 결합한 표현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단어가 결합한 뒤에도 그 역할이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기 스키 부츠는 기본적으로 발을 따뜻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신발이었다. 하지만 스키 기술이 발전하면서 부츠는 단순한 보호 장비의 범주를 벗어났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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