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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32] 스키에서 왜 '폴(pole)'이라고 말할까

2026-10-11 07:19:07

 스키 폴을 이용해 균형을 잡고 슬로프를 내려오는 모습
스키 폴을 이용해 균형을 잡고 슬로프를 내려오는 모습
스키를 타는 사람에게 ‘폴(pole)’은 익숙한 장비다. 몸 균형을 잡고 추진력을 얻기위해 양손에 쥐는 막대기이다. 초보자에게는 균형을 잡기 위한 도구이고, 숙련자에게는 리듬과 타이밍을 완성하는 도구다. 폴을 통해 슬로프를 내려오며 턴의 시작을 알리고, 평지에서는 몸을 앞으로 밀어 나아간다.

영어 ‘pole’ 어원은 땅에 박는 말뚝이나 기둥을 뜻하는 라틴어 ‘palus’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영어 ‘pal’을 거쳐 오랜 세월을 거치며 현대 영어에서 길고 가느다란 막대라는 의미로 발전했다. 눈 위에서 추진력을 얻고 턴의 리듬을 만드는 오늘날의 스키 폴은 언어의 역사 속에서는 결국 인간이 몸의 힘을 전달하기 위해 손에 쥐었던 하나의 긴 막대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폴의 본질은 처음부터 어떤 움직임을 돕거나 힘을 전달하는 데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1970년대 이후 스키 기사에서 폴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76년 1월 10일자 ‘겨울스포츠의 꽃 스키 初步者(초보자)위한 가이드’ 기사에서 ‘대중용 스키 1벌을 사려면 구두(1만5천~2만원), 바인딩(7천~8천원), 스키판(1만2천원), 스키폴(스틱 2천4백~3천원) 등 4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당시 기사에서 ‘스키폴’ 뒤에 ‘스틱’이라는 말을 함께 적었다. 오늘날에는 스키 폴이라는 명칭이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표현을 병기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 기사는 적어도 1976년 무렵 우리나라 신문에서 ‘스키폴’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다.
스키는 본래 눈 위를 빠르게 내려오는 레저 스포츠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본 코너 1907회 ‘왜 '스키(ski)'라고 말할까’ 참조) 눈 덮인 지역에서 이동하고 사냥하며 생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랜 시간 사용돼 왔다. 이러한 환경에서 막대기는 눈의 깊이를 가늠하고, 몸을 지탱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용적인 도구였다.

오늘날의 스키 폴을 과거의 막대기와 완전히 같은 용도로 볼 수는 없다. 스키의 형태와 사용법, 폴의 재료와 구조는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그러나 사람이 눈 위에서 미끄러지며 이동할 때 손에 쥔 막대기가 제공하는 지지력과 추진력은 오랫동안 유효한 원리였다.

이 점에서 스키 폴은 스포츠 장비의 발전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일상적인 도구의 기능이 이동 기술과 결합하고, 다시 스포츠의 기술을 완성하는 전문 장비로 발전한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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