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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41] 스키에서 왜 '파라렐(parallel)'이라 말할까

2026-10-20 05:37:26

 '파라렐' 취하는 스키 자세 모습
'파라렐' 취하는 스키 자세 모습
스키는 단순히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운동만은 아니다. 몸의 균형과 힘의 방향을 정교하게 다루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잘 탈 수 있다. 스키에서 ‘파라렐(parallel)’은 두 스키를 나란히 놓고 타는 기술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영어 ‘parallel’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parállēlos(παράλληλος)’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말은 크게 두 요소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para’는 ‘옆에’를, ‘allēlois’는 ‘서로’를 뜻한다. 두 단어의 의미를 합치면 ‘서로 나란히’라는 개념이 된다. 이후 라틴어와 프랑스어를 거쳐 오늘날의 영어로 이어졌다.

이 단어는 원래 스키와 관련된 말은 아니었다. 파라렐은 본래 기하학에서 두 직선이 아무리 길게 연장되어도 서로 만나지 않는 관계를 설명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의미가 확장되어 사물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 상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관계, 서로 대응하는 상황까지 표현하게 되었다. 수학 시간에 배운 평행선과 스키장에서 듣는 파라렐은 결국 같은 언어적 뿌리를 공유한다. 하나는 종이 위의 두 선이고, 다른 하나는 설면 위의 두 스키일 뿐이다.
알파인스키 지도 기술 용어를 연구한 국내 학술논문은 스키에서 사용하는 parallel이라는 표현이 독일어권 스키 용어 체계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스키 기술에서 중요한 것은 두 스키가 단순히 나란히 놓여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두 스키가 회전 과정에서도 서로 협응하며, 각각의 방향과 엣지 사용을 조절해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본 코너 1934회 ‘스키에서 왜 '엣지(edge)'라고 말할까’ 참조)

초보 단계에서 배우는 ‘플루크(pflug)’는 두 스키의 앞부분을 모으고 뒷부분을 벌려 V자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 자세에서는 스키의 방향을 달리해 속도를 조절하거나 회전을 시작할 수 있다. 반면 파라렐 턴에서는 두 스키를 대체로 나란히 유지하면서 엣지와 하중, 회전 동작을 조절한다. (본 코너 1939회 ‘스키에서 왜 '플루크(fluk)'라고 말할까’ 참조)

물론 실제 스키에서는 회전 내내 두 스키의 간격과 각도가 수학적인 평행 상태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설면의 상태와 회전의 종류, 스키어의 움직임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파라렐을 단순히 ‘두 스키가 완벽하게 평행한 상태’라고 이해하기보다는, 두 스키가 나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회전하는 기술적 원리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스키 기술의 역사에서 파라렐은 단순한 자세의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의 스키 기술에서는 회전할 때 한쪽 스키를 바깥으로 벌리거나 밀어내는 동작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회전 과정에서 두 스키를 나란히 유지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키어는 엣지를 활용하고 스키 자체의 휘어짐을 이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스키 역사 자료는 오스트리아의 스키 선수 안톤 실로스가 1930년대에 파라렐 턴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이후 장비와 부츠, 바인딩 기술이 발전하면서 파라렐은 경기 선수들만의 기술에서 벗어나 일반 스키 교육에서도 중요한 단계로 자리 잡았다. (본 코너 1931회 ‘스키에서 왜 '부츠(boots)'라고 말할까’, 1933회 ‘스키에서 왜 ‘바인딩(binding)’이라 말할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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