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판 위에서 벌어지는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결승선 통과 기준은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 끝이다. 경마에서는 경주마들의 코끝을 기준으로 삼는다. 두 경주마의 코끝이 동시에 결승선에 닿은 상황인 ‘동순위’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거기에 동일 마주의 두 경주마가 동시에 도착한 경우는 한국경마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자이언트펀치’, ‘자이언트킬링’ 두 경주마의 이름에는 모두 ‘자이언트’가 붙어있다. 이는 이종훈 마주가 본인의 상징처럼 붙인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경주에 출전한 이종훈 마주의 두 경주마가 끝내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동시에 결승선을 가른 것이다.
두 경주마의 팽팽한 경쟁에 힘입어 1위와 2위 상금을 모두 차지하는 행운을 얻은 이종훈 마주는 이 경주에 대해 “처음 겪는 일이라 놀랍기도 하지만 한 경주를 통해 2승을 얻게 되어 더 없이 기쁘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두 경주마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송문길 조교사 역시 최초의 동일 조교사 1,2위 동순위 기록을 남겼다. 송 조교사는 “수준이 비슷한 두 경주마가 모두 단거리 경주에 적성을 보여 지난 경주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경주에 출전하게 되었는데, 동순위로 우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두 경주마는 지난 6월에도 같은 경주에 출전해 머리차(22~44cm) 박빙의 승부를 펼친바 있어 이번 경주에서도 우위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웃나라이자 경마 강국인 일본에서도 동일마주의 동순위 우승 사례는 2001년이 처음이었으며 아직까지도 유일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우열을 가리지 못한 두 경주마들의 우승에 배팅한 이들의 결과는 어떻게 되는지도 관심을 모았다.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1위마 한 마리만 맞히는 ‘단승식’의 경우 우승마가 늘어났기 때문에 확정 배당금은 기존에 공표된 수치에서 절반으로 줄어든다. ‘자이언트펀치’의 단승식 배당률은 기존 3.4배에서 1.7배로, ‘자이언트킬링’은 기존 10.5배에서 5.2배로 각 절반씩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두 경주마가 만들어낸 짜릿한 명승부는 유튜브 채널 ‘마사회TV’에서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안재후 마니아타임즈 기자/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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