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96] 왜 ‘복서(Boxer)’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12-20 07:17
WWE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는 무하마드 알리[WWE 홈페이지 캡처]
WWE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는 무하마드 알리[WWE 홈페이지 캡처]
1969년은 세계 복싱사에 기념비적인 해였다. 닉슨독트린으로 미국은 베트남에서 철수하게 되고 세계프로복싱의 ‘영원한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에 대한 해금조치가 이뤄짐으로써 미국 흑인과 진보진영의 영웅으로 우뚝 서게 된다. 알리는 1960년 로마 올림픽 복싱 라이트헤비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올림픽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에 던져 버린 뒤 캐시우스 클레이에서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 세계 프로복싱계를 석권했다. 알리는 1964년 소니 리스턴을 TKO로 꺾고 세계챔피언에 오른 뒤 1967년 군입대 통지서를 받고 월남전 참전에 반대해 병역기피자로 법원에서 5년 실형을 언도받았다. 1969년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것이다. (본 코너 1292회 ‘복싱에서 왜 ‘KO’라고 말할까‘ 참조)

1969년은 ‘무쇠 주먹’ 조지 포먼이 프로로 데뷔한 해이기도 하다. 그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프로 전향 뒤 통산 WBC, WBA, IBF 통합 세계챔피언을 두 번이나 차지하고 통산 전적은 76승(68KO) 5패의 기록을 남겼다.

미국의 포크 록 듀오 사이먼 앤 가펑클이 ‘The Boxer’라는 명곡을 발표한 해이기도 하다. 이 곡은 복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인생의 어려움과 시련을 인내하는 개인의 이야기를 어쿠스틱 기타의 섬세한 연주와 사이먼의 감미로운 목소리, 가펑클의 뛰어난 화음을 담아 노래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이 곡 말미에 나오는 가사 부분은 복서의 힘든 생활을 잘 표현했다. ‘In the clearing stands a boxer And a fighter by his trade And he carries the reminders Of every glove that laid him down Or cut him till he cried out In his anger and his shame "I am leaving, I am leaving" But the fighter still remains(링 한복판에 한 명의 복서가 서 있어요. 싸움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죠. 그에게는 그를 쓰러뜨렸던 글러브가 남긴 상처가 남아 있어요. 분노와 수치심에 휩싸여 그만두겠다고 외칠 때까지 그에게 상처를 입혔죠. 하지만 그는 아직도 떠나지 못해요)’

이 곡을 만든 폴 사이먼은 쿠바 출신 복서 베니 퍼렛(1937-1962)이 1962년 뉴욕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세계프로복싱 웰터급 타이틀매치에서 도전자의 공격에 의식을 잃고 10일뒤 사망한 것을 보고 그 사례를 차용했다고 전해진다.

‘The Boxer’은 1982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BA 라이트급 타이틀매치에서 미국 맨시니에게 맞아 의식불명에 빠져 세상을 떠난 김득구가 연상되는 노래이기도 하다. 그가 불의의 링사고로 죽자 충격을 받은 그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심판도 경기를 강행한 자책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득구와 약혼한 약혼녀는 유복자를 낳았으며, 그 아들은 후에 치과의사가 됐다고 한다.

영어 ‘복서(Boxer)’는 복싱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Boxing’에서 ‘-ing’ 대신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er’를 쓴 것이다. 국립국어원 표기에 따르면 ‘Boxer’는 영어 원발음은 ‘박서’에 가깝지만 우리말 표기로는 ‘복서’라고 쓴다. (본 코너 1291회 ‘왜 ‘복싱(Boxing)’을 ‘권투(拳鬪)’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때부터 복서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3년 7월11일자 ‘영예(榮譽)의각급선수권(各級選手權)은 조권선수(朝拳選手)의두상(頭上)에’ 기사는 ‘조선중앙기독교청년회주최(朝鮮中央基督敎靑年會主催)로 칠일(七日)부터 개최(開催)된 제육회전조선(第六回全朝鮮)아마추어 권투선수권대회제삼일결승전(拳鬪選手權大會第三日决勝戰)은 작야 하오팔시예정(昨夜下午八時豫定) 태로동회관후정특설(同會舘後庭特設)링에서 천여명(千餘名)의 관중(觀衆)에 둘너싸이여 속행(續行)되엿는데 준결승전(準决勝戰)이 끗난 뒤를 이어 결승막(决勝幕)으로 들어가자 고조(高調)되는 육박전(肉迫戰)은 날극(剌戟)과 호기심(好奇心)을 조와하는 현대인(現代人)의 마음을 홉족하게 하여주는 듯이 일격일퇴(一擊一退)에 사면(四面)의박수(拍手)는 끗칠줄을 몰낫스며 더구나 최(最)□막(幕)인 라잇트급(級)의 노련(老練)한『복서□』격(格)인 조권(朝拳)의 김은성군대신진(金恩聲君對新進)의『화이터』로 YMCA의영예(榮譽)를□견(肩)에 실코나온 청권강태진군(靑拳姜泰珍君)과□백열전(白熱戰)은 한층더 관중(觀衆)의 인기(人氣)□자어 내는동시(同時) 에『라스트께□』 의『클라이막스』를 연출(演出)하□다 자세(仔細)한 전적(戰績)은 다음과가□며 장쾌(壯快)한게임이 끗나니우(優)□한 각선수(各選手)에게 회장윤치호(會長尹致昊)□로부터 일일(一一)히 각급(各級)의 선수증서(選手證書)를 수여(授與)한다음 동회장(同會長)의 회사(會辭)로맛치엿는데 금번대회(今番大會)□아이·빤담·페더——·라잇·월□□들(조남당군(趙南唐君)이 무승부(無勝負)로우(優)□)의각급(各級)에긍(亘)하야 조권(朝拳)의□승(勝)으로 찬연(燦然)히 빗나는 조선권투구락부(朝鮮拳鬪俱樂部)의 황금시대(黃金時代)를 현출(現出)하여노왓다’고 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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