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을 처음 본 이들이 가장 놀라는 장면 중 하나는 몸을 거꾸로 세우고 바닥에서 머리로 회전하는 동작이다. 머리는 인간의 가장 연약한 부위로 여겨지는데 브레이킹을 하는 이들은 머리로 땅을 지탱하며 끊임없이 몸을 돌린다. 브레이킹에서 상징적인 이 동작을 ‘헤드스핀(Headspin)이라 말한다. 헤드스핀은 브레이킹의 대표적인 파워무브(Power Move) 이다.

이 명칭은 영어 그대로 해석하면 어원이 드러난다. ‘head (머리)’는 브레이커가 머리를 축으로 삼아 회전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spin (회전)’은 빠르고 연속적인 회전을 뜻하는 단어이다. 머리로 도는 회전 동작이라는 직설적인 조합에서 나온 용어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head’는 인도유럽조어로 머리를 뜻하는 ‘kaput’에서 출발했다. 이 어근은 다른 언어에서도 남아 있다. 라틴어로 머리, 수장을 의미하는 ‘caput’, 프랑스어로 우두머리,요리사를 의미하는 ‘chef’, 독일어로 머리를 의미하는 ‘haupt’, 그리고 러시아어로 머리를 의미하는 ‘голова (golova)’로 쓰인다. 고대 영어 ‘heafod’, 중세 영어 ‘hed’를 거쳐 현대 영어 ‘head’로 변화했다. 원래 ‘머리’라는 뜻이었지만, 지도자, 윗부분, 중요성 같은 추상적 개념으로 확장됐다.
‘spin’도 인도유럽조어로 잡아당기다라는 의미인 ‘spen-’에서 유래했다. 파생된 단어들이 여러 언어에 존재하는데, 라틴어 ‘pendere(매달다)’, 산스크리트어 ‘panthāh(길, 경로)’ 등이 있다. 독일어 ‘spinnen(실을 잣다)’, 네덜란드어 ‘spinnen’, 스웨덴어 ‘spinna’ 등도 모두 같은 뿌리를 가진다. 고대 영어 고대 영어 ‘spinnan’는 실을 잣다는 뜻이다. 단순히 회전하다가 아니라, 실을 돌려 꼬아내는 동작에서 출발했다. 중세 영어에서 빨리 돌다, 회전하다는 의미가 추가됐다.

헤드스핀은 브레이킹 초창기인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 뉴욕 브롱스에서 비보이들이 즐겨 했던 춤동작으로 시작했다. 극한의 균형, 체력, 스타일을 보여주는 기술로서 브레이킹의 상징적인 무브였다. TV와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헤드스핀‘이라는 명칭도 그대로 굳어졌다. 헤드스핀은 직역이기 때문에 다른 언어권에서도 대부분 그대로 사용했다. 한국에서도 초창기에는 ‘머리돌기’라고 번역되기도 했으나, 전문적으로는 영어 원어 그대로 굳어졌다.

우리나라 언론은 1990년대 후반부터 헤드스핀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1999년 3월4일자 ‘인터뷰 '힙합'만화가 김수용씨’ 기사에서 머리를 땅에 대고 도는 헤드스핀을 100바퀴까지 하는 춤꾼들을 소개했다.

헤드스핀을 하기위해 처음 머리를 바닥에 대고 균형을 잡으려 할 때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수차례의 실패 끝에 몸이 회전을 받아들이고, 균형이 유지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헤드스핀은 힙합 정신을 보여준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반복된 연습과 창의적 해석을 통해 나만의 스타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코너 1517회 ‘브레이킹에서 왜 ‘힙합((Hip-hop)’이라는 말을 사용할까‘ 참조)

헤드스핀은 단순한 돌기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얻은 승리의 선언이며, 관객과 함께 나누는 환희의 순간이다. 올림픽 브레이킹 무대에서 펼쳐지는 헤드스핀은 더 이상 거리의 춤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인의 시선을 모으는 문화적 언어로, 한 인간이 가진 몸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예술이 된다. 브레이킹 춤꾼들은 단 한번의 완벽한 헤드스핀을 위해 넘어지고 쓰러지고 아파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멋진 헤드스핀, 그 자체를 위해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