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battle’ 어원은 때리다,치다라는 뜻인 라틴어 ‘battuere’이다. 이 말은 물리적인 타격뿐 아니라 경쟁·충돌의 의미도 포함했다. 1066년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공작인 ‘정복왕’ 윌리엄 1세가 군대를 이끌고 영국 남부 헤이스팅스(Hastings)에 상륙해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영국왕 해럴드 2세를 사살하고 승리한 뒤 프랑스 언어에 영국에 깊게 스며들면서 고대 프랑스어 ‘bataille’가 중세 영어 ‘batayle’로 차용됐다. 이후 현대 영어 ‘battle’로 정착하면서 ‘군사 전투’에서 ‘경쟁, 대결’이라는 추상적 의미로 확장돼 쓰였다.
1970년대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서 브레이킹이 형성될 당시, 청소년들이 실제로 갱단 간 폭력 싸움 대신 춤으로 경쟁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가 생겼다. 총으로 싸우는 대신 춤으로 맞선다는 의미에서 ‘battle’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브레이킹은 힙합 문화의 한 요소로 랩 배틀, DJ 배틀, 그래피티 경쟁 등과 같이 비폭력 대결 전통이 있다. (본 코너 1511회 ‘올림픽 종목 명칭을 ‘브레이킹’이라 말하는 이유‘ 참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은 배틀이라는 말을 그대로 썼다. 이는 브레이킹 고유의 거리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댄스스포츠연맹(WDSF) 규정에서도 공식 용어로 ‘battle’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1 vs 1 breaking batttle, best of 3 rounds’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1대1, 3라운드 경기라는 뜻이다. (본 코너 1512회 ‘‘브레이킹’은 어떻게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을까‘ 참조)
배틀이라는 말은 과거 폭력적인 전투를 의미했지만 브레이킹에서 문화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핵심 상징어로 자리잡았다. 춤과 창의성의 승부라는 단어로 의미 변화가 된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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