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이 한마디는 경기보다 더 큰 여운을 남겼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말 동점. 시리즈의 향방이 걸린 그 순간, 그는 루틴을 말했다. '승부의 순간'을 '훈련의 시간'으로 착각한 것이다.
박진만 감독의 설명은 그럴듯하다. 후라도가 4차전 선발로 예정돼 있었고, 이미 몸을 풀고 있었으며, 최대 두 이닝 정도는 무리 없는 계획이었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건 이론일 뿐, 현장에서는 리스크 계산이 아닌 감각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후라도는 루틴형 투수다. 시작부터 리듬을 타야 하고, 한 타자씩 끊어 던지는 '냉혈 불펜'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런 선수를 '불펜피칭 타이밍'에 던지게 했다는 건 결국 상황을 읽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의 발언이 문제인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인식 때문이다. 그 말은 "오늘 경기는 루틴의 일부였다"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날의 9회말은 루틴이 아니라 생존의 순간이었다. 그 순간조차 루틴의 시각으로 본다면, 아무리 정교한 계획이라도 결국 현실을 놓친다.
말은 곧 철학이다. 감독의 언어는 결국 철학을 드러낸다. "불펜피칭 타이밍이었다"는 발언은 야구를 '과정'으로만 본 시각의 산물이다. 하지만 가을야구는 결과의 세계다. 결과를 앞세우라는 뜻이 아니라, 그 한 순간의 무게를 감당하라는 말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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