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코너 234회 ‘왜 ‘어시스트(Assist)’라고 말할까‘ 참조)
야구에서 어시스트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득점과는 관계없는 수비 통계용어이다. 수비수끼리 공격수를 아웃시키기 위해 서로 도와주는 플레이를 말한다. 우리 말로는 도움이라고 한다. 영어 뜻 그대로이다. 한때 일본식 한자어를 써서 ‘보살(補殺)’이라고 말했다. 아웃시키는 것을 도와준다는 의미였다.
북한에선 어시스트를 ‘득점련락’이라 말한다. 이 말은 ‘득점’과 ‘련락’의 합성어인데, 여기서 ‘련락’은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은 북한식 표기 방법이다. 우리는 ‘연락’이라고 표현한다. 북한에서 련락은 자주 쓰는 말이다. 농구 득점련락를 비롯 군사 련락장교, 통신 련락선, 행정 련락사업 등으로 사용한다.
북한은 두음법칙을 부정하며, 한자어의 본래 음가를 살리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한자어 ‘聯絡’을 련락, ‘勞動’을 ‘로동’, ‘歷史’를 ‘력사’, ‘女子’를 ‘녀자’로 표기한다. 북한은 두음법칙을 일제 강점기 일본어 음운 체계의 잔재로 규정해 해방 이후,두음법칙 폐지, 한자어 원음 복원을 ‘민족어 정화’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북한의 ‘득점련락’에서 련락은 단순한 연락이나 패스를 뜻하지 않는다. 북한 언어에서 련락은 조직적 연결, 동지적 협동, 체계적 연계를 의미하는 핵심 어휘다. 득점련락이란 ‘득점을 도와준 개인의 기술’이 아니라, 득점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선수들 사이의 연속적 연결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득점은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집단이 완성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원래 어시스트는 곁에서 도운 ‘사람’을 중심에 놓는다. 반면 련락은 사람보다 ‘과정’과 ‘흐름’을 강조한다. 공의 이동, 선수들의 위치 변화, 전술적 연결이 하나의 사슬처럼 이어진 결과가 득점이라는 것이다. 패스를 준 선수는 주인공이 아니라, 련락의 한 고리일 뿐이다.
결국 어시스트와 득점련락은 같은 장면을 가리키지만,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진다. 어시스트는 “누가 도와줬는가”를 묻고, 득점련락은 “어떻게 연결되었는가”를 묻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