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oot은 발사하다는 의미를 가진 독일어 동사형 ‘skeutanan’이 영어로 넘어왔다. 서양 언어의 뿌리인 인도유럽어에서 어간 ‘skeud-’는 던지고 쏜다는 의미를 갖는다. 고대 영어 ‘sceotan’, 중세영어 ‘sheten’을 거쳐 골을 향해 던진다는 의미로 스포츠 단어로 쓰인 것은 1800년대부터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shoot은 동사이며, 슛을 던지는 동작 자체를 명사형으로 쓰려면 ‘shot’이라고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슛을 명사형으로 통용하고 있다. (본 코너 1117회 ‘왜 ‘스카이슛’이라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에선 ‘슛토(shuto)’로 발음하는 일본어 영향을 받아 일제강점기 때부터 슛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6년 1월8일자 ‘중앙(中央)YMCA주최(主催)·본사후원서양인군(本社後援西洋人軍)의필사적분투(必死的奮鬪)에조대군력전(早大軍力戰)하야’ 기사는 ‘전반(前半) 전일(前日)의 분패(憤敗)를 설욕(雪辱)하고저서양군(西洋軍)은 필사적공세(必死的攻勢)를 처음부터 취(取)하야 개전일분(開戰一分)가량만에 쎈터쑤버의꼴을 비롯하야 으라잇포드케잇의꼴이 덜엇고 조대주장천야(早大主將淺野)의꼴이 잇서 양군(兩軍)의 접전(接戰)은 이로부터 가경(佳境)에 들다 수차조군(數次早軍)파울을 이(利)하얏스나 불성(不成)하자 양인(洋人) 쑤버의 롱슛팅이 보기조케 꼴을어드매 조군천야(早軍淺野)또 룡슛팅 또일점(一點)을 가(加)하얏고 조군(早軍)레프트포드 영목련이차(鈴木連二次)의 묘투(妙投)가 모다 성공(成功)하야 적(敵)이지만 인낭자배(人娘子輩)까지 박수(拍手)를앗기지안버엇다 양인(洋人)으라잇 포드 맥캔리스대(代)로에비 손입(入)하야 양군(洋軍)더욱 공세(攻勢)를 꾀하얏스나 이상백(李相佰)너머저서 패싱한구(球)를주어서 꼴일점(一點)을 넛코또 영목장투(鈴木長投)가 잇섯고 양인(洋人)케잇꼴일점(一點)을너헛다(조일이양팔(早一二洋八))’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조도전(早稻田, 와세다, 줄여 조대) 대학에 재학중인 이상백 선수의 활약을 전한 것인데 장거리슛을 의미하는 롱슈팅‘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해방 이후 남과 북이 갈라지면서 스포츠 언어에서도 양측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남한은 일본식 체육어와 영어 표현을 빠르게 흡수했다. 슛, 패스, 드리블, 리바운드가 일상어가 됐다. 반면 북한은 이미 쓰던 표현을 다듬는 쪽을 택했다. ‘슛’은 총을 쏘는 행위를 연상시키는 외래어였고, ‘넣기’는 결과가 분명한 생활어였다. 북한이 이를 공식 용어로 굳힌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여기에는 성과를 중시하는 북한식 스포츠 인식도 배어 있다. 슛은 기술이고 과정이지만, 넣기는 점수라는 결과다. 개인의 동작보다 집단의 득점을 강조하는 체육관이 언어에 투영된 셈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점프슛이나 레이업 같은 세분된 기술 용어보다 ‘넣기 성공률’처럼 결과 중심의 표현이 자연스럽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용어의 평등성이다. ‘넣기’는 어린이, 군인, 노동자 누구나 즉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 스포츠를 전문 엘리트의 영역이 아니라 대중적 교양과 체력 단련의 수단으로 여겨왔다는 점에서, 이 단순한 단어는 체제의 언어 철학을 상징한다. (본 코너 1600회 ‘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 참조)
결국 북한 농구의 ‘넣기’는 새로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식민지 시기 조선 농구 기사에서 이미 숨 쉬고 있던 언어가, 해방 이후 북에서 제도화된 것이다. 같은 농구를 하면서도 다른 말을 쓰게 된 이유는 체제의 차이만이 아니라, 출발선에 이미 존재했던 언어의 씨앗 때문이기도 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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