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징적인 사례가 샘 힐리어드다. 196㎝ 장신인 그는 ABS 스트라이크 존이 넓게 잡히는 데 적응하지 못해 4월까지 타율 0.232에 그쳤다. 규정 타석을 채운 외국인 타자 중 최하위였고, 몸쪽 높은 공에 약점을 보이며 시즌 초 가장 먼저 퇴출설에 휩싸였다.
이 감독은 그를 따로 불러 퇴출 걱정은 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부진의 원인을 기량이 아닌 리그·ABS 적응과 심리 문제로 봤다. 팬들의 퇴출 요구에도 구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투수 운용에도 같은 철학이 담겼다. 이 감독은 이상 징후가 없어도 긴 시즌을 고려해 주축 투수들을 아꼈다. 캠프에서 어깨 통증으로 귀국한 배제성은 5월 중순까지 기용하지 않았고, 지친 기색을 보인 오원석은 5월 엔트리에서 빼고, 7월 2일 한화전 이후에도 18일간 쉬게 했다.
배제성은 20경기 평균자책점 2.76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오원석은 9월 이후 6경기 평균자책점 1.74로 보답했다.
비축한 힘은 여름에 빛났다. 이 감독 부임 후 7시즌 중 7~8월 승률이 5할을 밑돈 건 부상자가 속출한 지난해뿐이다. 올해는 23승 11패 2무, 승률 0.676으로 이 기간 1위였다. 아껴둔 힘으로 여름에 승부를 건 kt는 순위표 맨 위까지 올라섰다.
투수들이 몸 상태를 숨기지 않고 알리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5월 어깨 통증을 즉시 알린 소형준은 한 달 넘게 쉰 뒤 건강하게 돌아와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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