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선이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은 의지가 강해서만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목표 기울기 효과'라고 부른다. 보상이 가까워질수록 더 열심히 움직이는 현상이다. 커피 열 잔을 마시면 한 잔을 공짜로 주는 스탬프 카드를 떠올리면 쉬운데 도장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다음 커피를 사러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뇌가 '거의 다 왔다'는 신호를 받으면 동기를 끌어올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KT의 막판 질주가 꼭 그랬다. KT는 9월8일부터 30일까지 18경기에서 14승 1무 3패를 거두며 2위에서 다시 1위로 올라선 뒤 달아났고, 5일 매직넘버를 모두 지우며 2위 삼성과의 승차를 4.5경기로 벌려 놓았다. 뇌가 결승선의 냄새를 맡으면 몸이 먼저 달린다.

숫자는 이 팀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 준다. 5일 기준 86승 5무 49패. KT는 9월29일 광주에서 82승째를 올리며 종전 기록 81승을 넘어 구단 한 시즌 최다승을 새로 썼고, 우승을 확정하던 날까지 승수를 네 개 더 쌓았다. 5일 수원에서는 1회에만 7점을 몰아친 타선 위에 로건 앨런이 8이닝 무실점으로 삼진 14개를 잡아냈다.
홈 관중은 창단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 100만4272명을 기록했다. 2위 삼성은 4.5경기 뒤져 있고, KT에게는 아직 치러야 할 경기가 4경기 남아 있다. 결승선을 넘은 뒤에도 달려야 하는 시간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5년 전 풍경은 달랐다. 2021년 KT는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삼성과 동률을 이뤄 1위 결정전까지 치렀고, 1-0으로 이겨 창단 첫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1위 결정전이라는 촉박한 일정 없이 한국시리즈 준비에 들어간다. 2018년 가을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뒤 2019년 6위, 2020년 정규시즌 2위를 거쳐 2021년 정상에 올랐고, 5년 만에 그 자리로 돌아왔다. 같은 우승이라도 출발선의 모양이 다르다.
창업수성(創業守成)에는 당 태종의 질문이 담겨 있다. '정관정요'에 전하는 이야기다. 태종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나라를 세우는 일과 지키는 일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 건국의 전장을 함께 누빈 방현령은 세우는 쪽이 어렵다고 했고, 위징은 지키는 쪽이 어렵다고 답했다. 태종은 세우는 어려움은 이미 지나갔으니 이제 지키는 어려움을 함께 삼가자고 말했다.
이 문답에서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 곧 세우기보다 지키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2021년의 우승이 '창업'이었다면 올해의 우승은 '수성'의 출발선이다. 이기는 법을 아는 팀에게 남은 과제는 '이미 이겼다'는 느슨함과 싸우는 일이다.
결승선은 누구에게나 있다. 합격 발표, 승진, 목표 체중, 완주 메달. 도장이 모두 찍힌 스탬프 카드를 받아 든 사람은 새 카드를 만들어야 다시 걷는다. KT 앞에는 이미 새 카드가 놓였다. 가을야구의 가장 높은 곳이다. 오늘 당신이 막 넘은 결승선 너머에는 어떤 새 스탬프 카드가 놓여 있는가.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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