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타석에서 던진 슬라이더 4개 중 3개는 보더라인 안쪽에 꽂혔고, 범타를 만든 마지막 하나만 ABS존을 살짝 벗어났다. 이의리 하면 왼손 강속구와 함께 오랜 제구 불안이 떠오르지만, 최근엔 직구보다 얌전하게 들어가는 슬라이더의 가치가 눈에 띈다. 6월 일본 단기 연수 뒤 이중 키킹으로 안정감을 얻고도 간간이 흔들렸던 그에게 슬라이더 활용법이 또 하나의 길이 되고 있다.
제구를 잡는 방법과 시점은 투수마다 다르다. 2001년 LG 신윤호가 좋은 예다. 전년도 1군 5경기 1패 평균자책점 13.50이 전부였던 그는 이듬해 15승 6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로 투수 3관왕에 올랐다. 당시 드문 시속 150㎞ 파이어볼러였지만 직구 제구가 안 돼 볼카운트 싸움에서 무너지기 일쑤였는데,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 존 안에 넣기 편한 슬라이더를 쓰면서 달라졌다. '착한' 슬라이더가 카운트를 잡아주자 '악마 같은' 직구가 더 위협적이 됐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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