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몇 년 전 한 선수가 이런 얘기를 했다. “프로 골퍼는 둘로 급이 나뉩니다. 우승 경험이 있느냐, 없는 선수냐.”
그의 논리에 따르자면, 우승이 없는 더구나 상금으로 먹고 살기도 힘든 프로 골퍼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미생’이다. 그들은 한 해 한 해 시드 유지와 투어 경비 등의 문제로 고뇌한다. 직장인은 일을 대충해도 때가 되면 회사에서 월급을 주지만 투어 프로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다. 철저한 승자 논리가 작동된다. 드라마 미생에서 “직장이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라고 했듯 그 지옥 중 한 곳이 투어의 세계다. 화려해 보이는 프로 골프계에는 수많은 미생들이 존재한다.
그랬던 그가 올해 비로소 완생했다. 데뷔 9년 만에 첫 우승을 일구더니 한국과 일본에서 세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5월 SK텔레콤오픈 우승 이후 10월에는 내셔널타이틀 코오롱 한국오픈을 품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톱컵 도카이클래식 정상에도 올랐다.
시즌 막판 신한동해오픈 최종일 18번홀에서는 10m 거리에서 극적인 버디를 성공해 상금왕이어 대상까지 확정했다. 상금왕과 대상을 독식한 건 배상문 이후 5년 만의 기록이다. 상금은 5억8914만원이었다. 지난 9년간 벌어들인 상금보다 많았다. 1년 전 700위권이었던 세계랭킹도 120위권으로 뛰어올랐다. JGTO 신인왕도 거머쥐었다.
김승혁은 올해 필드 밖에서도 주목 받았다. 프로골퍼 양수진(23)과의 열애 사실을 공개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시즌 중반 한 때 이별을 했지만 둘은 다시 결합해 알콩달콩 사랑을 키우고 있다.

미생이었던 김승혁이 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아예 판을 새롭게 짜는 거였다. 활로를 못 찾는 돌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으로 임했다. 첫 번째 작업이 정신력 무장이었다. 2008년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제대 후 그는 달라졌다. 김승혁은 “예전에는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화부터 내고 욱하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군 제대 후 성적도 조금씩 나아졌다. 2011년에는 처음으로 시즌 상금 1억원을 넘겼다.

일단 완생에 성공한 김승혁은 한층 여유로워졌다. 예전처럼 한 순간 무너지지 않는다. 국가대표 시절의 감도 찾았다. 그래서 다음 목표는 일본 투어 상금왕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몇 개 대회에 초청 선수로 나갈 수 있도록 세계랭킹도 좀 더 올리려고 한다. 완생, 그 다음은 창조다. 김승혁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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