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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희망을 달리는 나라, 케냐의 마라톤 이야기

2025-09-14 06:49:08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
케냐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 마라톤을 지배해 왔다.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 윌슨 킵상(Wilson Kipsang), 메리 케이타니(Mary Keitany) 등 수많은 스타 선수를 배출했으며, 세계 남자 마라톤 100위 안에만 58명의 케냐 선수가 포함되어 있다. 현재 세계 최고 기록(2시간 00분 35초)을 보유한 켈빈 킵툼(Kelvin Kiptum) 역시 케냐 출신이다.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자와 선두 그룹에 케냐 선수가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무엇이 이 나라를 ‘마라톤 왕국’으로 만들었을까?

첫째, 케냐의 지리적 특성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 양성지인 엘도렛(Eldoret)과 이텐(Itens)은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한다. 고산 훈련은 심폐 지구력과 체내 산소 운반 능력을 향상시켜 평지에서 더 뛰어난 기록을 낼 수 있게 한다. 케냐 선수들에게 자연은 최고의 ‘트레이닝 센터’인 셈이다.
둘째, 사회·문화적 요인이다. 케냐에서 마라톤은 곧 희망이다. 세계적 스타가 되는 것은 단순한 명예를 넘어 가족과 마을의 삶을 바꾸는 길이다. 성공한 마라토너는 종종 학교를 세우거나 지역 사회에 환원한다. 이러한 선순환은 스포츠 스타를 우상으로 만들고, 어린 아이들을 달리게 하는 동력이 된다.

동틀 무렵 케냐 고원 지대의 붉은 흙길 위. 수십 명의 젊은이가 시원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묵묵히 달린다. 하루 40km에 가까운 훈련을 반복하는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가 되는 것이다.

케냐의 마라토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늘 그룹으로 훈련하며 경쟁과 격려를 동시에 경험한다. 화려한 장비나 트랙 대신 맨발로 달리는 것부터 시작해, 꾸준한 기본기 훈련과 식단 관리, 철저한 루틴으로 세계 기록을 만든다.

이제 케냐의 마라톤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다. 가난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신을 단련하며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은 마라톤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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