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자와 선두 그룹에 케냐 선수가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무엇이 이 나라를 ‘마라톤 왕국’으로 만들었을까?
첫째, 케냐의 지리적 특성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 양성지인 엘도렛(Eldoret)과 이텐(Itens)은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한다. 고산 훈련은 심폐 지구력과 체내 산소 운반 능력을 향상시켜 평지에서 더 뛰어난 기록을 낼 수 있게 한다. 케냐 선수들에게 자연은 최고의 ‘트레이닝 센터’인 셈이다.
동틀 무렵 케냐 고원 지대의 붉은 흙길 위. 수십 명의 젊은이가 시원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묵묵히 달린다. 하루 40km에 가까운 훈련을 반복하는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가 되는 것이다.
케냐의 마라토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늘 그룹으로 훈련하며 경쟁과 격려를 동시에 경험한다. 화려한 장비나 트랙 대신 맨발로 달리는 것부터 시작해, 꾸준한 기본기 훈련과 식단 관리, 철저한 루틴으로 세계 기록을 만든다.
이제 케냐의 마라톤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다. 가난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신을 단련하며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은 마라톤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