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 한국배구연맹 특보(가운데)가 프로배구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포즈를 취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92307485803192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여기에 오래전부터 명물로 자리잡은 스포츠 축제가 있다. 청호배 생활체육 배구대회이다. 1969년 시작된 청호배 대회는 출범 당시에는 벌교읍내의 조그마한 동네축제였지만 지금은 벌교와 보성군을 넘어 남도의 대표적인 지역 스포츠축제로 성장했다. 올해로 57회째를 맞는 청호배 생활체육 배구대회가 27~28일 이틀간 벌교스포츠센터 및 보조경기장에서 전남·광주 9인제 배구팀이 대거 참가한다.
대회명인 청호배는 대회장인 조영호 한국배구연맹 총재 특별보좌역의 아호(靑湖)에서 따왔다. 창설 초기에는 ‘조영호배’였다가 이후 ‘청호기’ ‘청호배’ 등으로 바뀌었다. 10대 시절 벌교상고에 다니며 지역에서 명성을 날리던 9인제 배구선수였던 조 특보는 한양대 체육학과에 진학하며 작은 키 때문에 6인제 정식선수는 계속 활동하지 못했던 아쉬움으로 대학 시절 자신의 이름을 딴 동네 배구대회를 만들었다. 동네 유지와 함께 자신의 사재를 털어 대회를 지난 수십년간 중단없이 유지하고 있다. 매년 프로배구 관계자, 중고및 대학배구 관계자 들도 서울 등에서 내려와 조그만 지역 생활체육 배구대회를 참관하고, 격려한다.
청호배 생활체육 배구대회가 의미가 깊은 것은 지속성 때문이다. 배구를 열정적으로 좋아한 한 사람의 뜻이 만나, 해마다 대회를 열어 왔던 것이다. 세월을 따라 머리칼에 은빛이 더해지고, 많은 이들이 매년 다시 코트로 돌아오는 모습은 이 대회가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삶을 잇는 다리임을 말해준다. 10대부터 60대까지 매년 만나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우의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 햇살이 황금빛으로 스며든 주말, 벌교에 모여 네트를 사이에 두고 부딪히는 공 하나하나에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온기가 묻어난다. 벌교를 비롯 전남 각 지역에서 모여든 이들은 배구를 통해 서로를 이어가며 아름다운 추억을 같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청호배 생활체육 배구대회는 단순한 대회명이 아니라, 세월과 마음이 켜켜이 스며든 지역 스포츠 축제라고 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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