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영의 WBC 참가 논의는 단순한 국가대표 차출 문제가 아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이미 'MLB 진출 가능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내년 시즌이 '쇼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무대에서 기량을 증명한다면 주가를 높이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준비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강행 출전은 1년 농사를 통째로 망칠 수도 있다.
그 경계선 위에 선 선수가 과거에도 있었다. 바로 '끝판왕' 오승환이다. 2017년, 세인트루이스 마무리로 뛰던 그는 대표팀 부름을 받아 WBC에 참가했다.
김도영의 경우, 체력적 소모가 훨씬 클 수 있다. 내야수이자 주루·수비를 병행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WBC는 3월 초, 시즌 준비의 한복판이다. KIA로서는 '국가대표 김도영'이라는 타이틀보다 '완성형 김도영'의 2026 시즌이 더 중요하다. 그만큼 구단이 대표팀 차출 여부를 놓고 고심할 이유는 충분하다.
물론 반대 논리도 존재한다. '진짜 스타는 세계무대에서 증명된다'는 것이다. 김도영이 WBC에서 보여줄 폭발적인 퍼포먼스는 곧 한국 야구의 위상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MLB 스카우트들의 눈앞에서, 그의 스피드와 장타력은 가장 강력한 자기소개서가 된다.
하지만 모든 '쇼케이스'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한 번의 타이밍, 한 번의 무리한 스윙, 한 번의 부상으로 한 시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2017년의 오승환은 그 경고의 상징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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