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7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비가 내리는 원정 경기에서도 이정후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4타수 2안타 1도루 1득점, 5월 15일 LA 다저스전부터 이어온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이 14경기로 늘었다. 빅리그 데뷔 후 개인 최장 기록이다. 시즌 타율은 0.324로 올라 MLB 전체 타율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통산 3차례 타격왕을 차지한 팀 동료 루이스 아라에즈마저 간발의 차로 제치고 팀 내 타율 1위가 됐다.
불과 두 달 전이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반전이다. 4월 초, 이정후의 타율은 한때 1할대까지 떨어졌다. 선발 라인업에서도 빠졌다. 그러다 5월 20일 허리 근육통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10일간의 강제 휴식 후 5월 30일 복귀한 그는 콜로라도 3연전에서 11안타를 쏟아냈다. 복귀 사흘째인 6월 1일에는 6타수 5안타, 빅리그 진출 후 한국인 최초의 한 경기 5안타 기록이었다. 부상이 오히려 전환점이 됐다.
부진이 길어지면 선수의 뇌는 온갖 분석 명령을 쉴 새 없이 내린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스탠스 각도, 체중 이동, 공의 궤적' 같은 지시가 머릿속에서 홍수처럼 쏟아진다. 그런데 이 사령탑이 너무 바쁘게 돌아갈수록 몸이 오히려 굳는다. 어렸을 때 피아노 발표회에서 평소엔 거뜬히 치던 곡을 유독 틀린 경험이 있다면, 바로 그 원리다. 청중이 생기자 사령탑이 과부하 상태가 되고, 손가락은 따로 놀았다.
선수들이 이 상태에 빠지면 '초킹(Choking)', 즉 결정적인 순간에 몸이 말을 듣지 않는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정후의 시즌 초반이 딱 그 모습이었다. 부상으로 방망이를 놓은 10일 동안 사령탑의 과부하가 자연스럽게 풀렸다. 뇌가 잠시 숨을 고르자, 몸에 새겨진 수만 번의 스윙 기억이 되살아날 공간이 생겼다.
복귀와 함께 이정후는 타격폼도 바꿨다. 스탠스 각도를 기존 50도에서 38도로 좁히고, 앞발의 이동을 줄여 불필요한 동작을 없앴다. 힘을 포기하고 정확도를 선택한 것이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잘못 굳어진 동작 프로그램을 지우고 새 회로를 깐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야구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보통 더 열심히 생각하고 더 많이 분석하려 한다. 그런데 뇌는 때로 멈춰야 앞으로 간다. 오래 매달려도 안 풀리던 수학 문제가 산책 중에 갑자기 풀린 경험, 억지로 자려다 잠 못 들다가 책을 덮자마자 스르르 잠든 경험이 모두 같은 원리다.
뇌의 사령탑이 잠시 쉬어야 본능이 움직인다. 지금 당신이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한번 내려놓아 보자. 이정후의 14경기 연속 안타는 더 열심히 생각한 결과가 아니라, 잠시 생각을 멈춘 결과다. 그의 선전을 기원한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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