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의 스포츠 브레인] 우리 편이 되는 순간, 뇌가 먼저 안다...동고동락(同苦同樂)의 뇌과학](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7271018410544806cf2d78c681439208141.jpg&nmt=19)
코트 위에는 도봉세심배구 동호회와 한강배구클럽이 마주 섰다. 그라데이션 유니폼을 맞춰 입은 세심 동호회 선수가 몸을 던져 상대의 강력한 스파이크를 받아 내고, 벤치에서는 같은 동호회 소속의 동료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프로 경기도, 국가대표 경기도 아닌 생활체육 리그, 말 그대로 동호회 활동을 함께 하는 어른들의 경기였다. 그런데 그 함성은 결코 작지 않았다.
내 얼굴 사진을 볼 때, 내 이름을 들을 때 반응하는 자아의 스캐너인 셈이다. 그런데 여러 신경과학 연구는 이 부위가 '내가 속한 우리 팀'의 이야기에도 똑같이 반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신이 속한 동호회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 순간, 뇌는 '세심'과 '나'를, 혹은 '한강'과 '나'를 같은 서랍에 넣어버린다. 자아의 지도가 팀 이름과 유니폼 색깔까지 넓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동료가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면 내가 득점한 것처럼, 서브 범실을 하면 내가 실수한 것처럼 심장이 뛴다. 이건 착각이 아니라 뇌가 실제로 그렇게 배선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반응이다.
이날 체육관에는 그 배선이 만든 풍경이 곳곳에 있었다. 대회를 총괄하는 서울시배구협회 관계자들은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리그 일정 내내 현장을 지키고 있다.
![[김기철의 스포츠 브레인] 우리 편이 되는 순간, 뇌가 먼저 안다...동고동락(同苦同樂)의 뇌과학](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7271018550682306cf2d78c681439208141.jpg&nmt=19)
평일엔 각자 직장으로, 집으로 흩어졌을 이들이 주말 하루, 동호회 이름 하나로 다시 모인 것이다. 세트가 끝나면 네트 앞에서 손을 마주쳤다. 그 악수는 승부의 관례가 아니라, 오랜 기간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훈련을 버틴 사람들끼리 나누는 인사에 가까웠다.
이 정서를 가장 정확히 표현하는 사자성어가 동고동락(同苦同樂)이다. 같을 동, 쓸 고, 같을 동, 즐거울 락,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한다는 뜻이다. 어느 한 사람의 무용담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의 가치를 압축하는 말로 쓰여왔다.
함께 모여 활동하고 있는 도봉세심배구 동호회와 한강배구클럽, 대회에 참가한 모든 동호회 선수들에게 동고동락은 은유가 아니라 매주 훈련 일정표에 적힌 사실이다. 뇌가 '나'와 '우리 팀'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동고동락은 저절로 완성된다.
당신에게도 그런 '우리'가 있는가. 회사의 부서명일 수도, 내가 사는 동네 배구 동호회일 수도, 오래된 친구들의 단체 대화방일 수도 있다. 다음에 그 이름이 걸린 무언가를 응원하며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게 된다면, 그건 당신이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뇌가 아주 정직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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