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참담한 연패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벤치의 불펜데이 남발에서 비롯됐다. 선발진의 연이은 이탈과 조기 강판을 수습한다는 명목 아래 가동된 기형적인 마운드 운용은 가뜩이나 지친 불펜진에 궤멸적인 과부하를 안겼다. 투수 교체의 타이밍은 실종됐고 마운드는 붕괴했으며, 연이은 난타전 속에서 팀의 승리 공식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 중심에는 현 투수진 운용의 모순을 상징하는 손주영의 보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든든히 지키며 10승 고지를 밟았던 토종 에이스가 시즌 개막부터 마무리 투수로 못 박힌 것은 상식적인 야구계의 시선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확실한 선발 자원을 불펜 소방수로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전력의 비상사태에서나 꺼내 드는 극약처방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섣부른 위로나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가 아니다. 뼈저린 반성과 함께 왜 이런 기형적 운용이 반복되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팬들의 질타는 실패를 덮어두라는 의미가 아니라, 벤치가 저지른 오판의 역사를 똑바로 기록하고 기억하라는 가장 매서운 경고임을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통감해야 할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