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양호회장은 ‘회사에 어려움이 있을 땐 이유성의 솔직한 조언을 따르라’고 할 정도로 이단장을 믿었다. 조회장이 살아있을 때 건강상의 이유로 여러 번 사표를 냈으나 그때마다 조회장은 ‘아직 충분히 일 할 만 하다’며 사표를 반려했다.
특히 그는 1991년 4월 29일 중국을 꺾고 이룬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우승 시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역할을 했다.
□ 남측 코치와 북측 에이스
김창제 총감독이 불렀다. 방에 가니 북의 장웅 대표와 김형진 단장도 함께 있었다.
“앞으로 여자팀만 맡으시오.”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하지. 왜 그러는지 알잖아”
남쪽 이유성 코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북의 에이스 리분희 때문이었다. 리분희는 간염이 있었다. 지바에 온 후 더 심해졌다. 먹는 것 부터가 시원찮아 체력유지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유성 코치는 리분희의 상태를 알고 초밥을 비롯, 리분희가 잘 먹을만한 걸 계속 공급해 주고 있었다.
장웅 대표 등은 이유성코치가 보기와는 달리 세세한 것 까지 챙기며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전담을 시킨 것인데 원래 남과 북의 코치들은 일주일씩 번갈아 가며 남녀 선수들을 지도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리분희의 간염을 알고 있는 것은 지도원 중에는 그 방안의 4명 뿐이었다.
리분희가 빠진 코리아팀의 전력으론 중국 꺾기가 쉽지 않았다. 이유성 코치는 최후의 승부를 위해 리분희를 아끼면서 ‘대타용’으로 내세울 류순복을 틈틈이 기용했다.
류순복은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졌지만 리분희의 몸은 갈수록 더 안 좋았다. 체력을 아껴 복식 한 경기만 맡겼지만 그마저도 지고 말았다.
중요한 결승. 에이스 리분희를 단식에서 뺀 이유이고 류순복에게 출전기회를 계속 준 이유였다. 그리고 경기 감각을 익힌 어린 류순복이 세계1위 등야핑과 가오준을 2단식에서 모두 이겨 코리아의 우승을 이끌 수 있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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