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습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더니...’ 뱅크샷 잘 치는 남편한데 열심히 배우고 많이 쳤더니 잘 들어갔다. 8:6으로 뒤집었다.
9점째가 빗나갔다. 아차, 싶었다. 넣었으면 거의 끝나는 것이었다. 다음 포지션을 생각하며 쳤기에 10점을 넣고 세트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면 세트스코어 2-1이고 우승인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났다.
다음 이닝 회심의 뱅크샷도 빗나갔다. 타임아웃을 쓰고 정확하게 쳤어야 했는데 그걸 미처 몰랐다.
불길한 예감. 이미래가 바로 3연타를 쏘며 9:6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리고 6이닝에서 남은 2점을 채우고 3세트를 가져갔다. 통한의 한방이었다. 딱 한방이 모자라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도 결국 우승을 넘기고 말았다.
어떻게 해서 올라 온 결승인데...
그러나 이내 큐대를 내려놓았다. 좋아하는 신랑과의 결혼생활을 알뜰살뜰 하고 싶었다. 선수를 본격적으로 할 것도 아닌 터여서 미련 없었다. 2011년이었다. 하지만 5년쯤 지나자 당구가 그리워졌다.
2016년 다시 큐를 잡았다. 한참을 안해서 그런지 당구가 더욱 재미있었다. 이왕 하는 것 우승 한번 해보자며 열심히 빠져들었다. 2018년 대한당구연맹 전국선수권대회 여자 3쿠션에서 우승했다. 생애 첫 전국대회 정상이었다.
PBA가 출범했다. 프로선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등록했다. 마흔에 다가서는 나이나 짧은 경력 등이 마음에 걸렸지만 도전한다는 사실이 즐거웠고 새로운 목표에 가슴이 설레였다.
연습에 빠져들었다. 프로무대는 아마추어와 또 다름을 알았다. 한 가지 동작을 천여번 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봐서 안다. 운동에는 지름길이나 요령이 없다는 사실. 그저 바보처럼 훈련을 하다보면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늘어있다는 것을.
지난 달 NH농협카드 LPBA챔피언십에서 처음 8강에 올랐다. PQ라운드부터 시작했다. 66점으로 통과 한 후 64강, 32강 서바이벌전을 거쳤다. 세 번 모두 60점대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16강전에서 박마리를 2-1로 꺾었다.
백민주에게 0-2로 완패했지만 8강이었다. 같은 8강인데도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당시 8강은 김가영, 김갑선, 이미래, 김보미, 임정숙, 김민아, 백민주였다. 그래도 뿌듯했다.
그때의 8강 덕분에 20여일 후의 크라운해태전은 PQ라운드 없이 바로 시작했으나 첫 판 탈락이었다. 연습량이 부족한 탓이었다. 다시 칼을 갈았다.
64강, 32강 서바이벌을 문제없이 통과했다. 16강전 김경자, 8강전 전애린, 4강전 김정미를 모두 2-0으로 끝냈다.
운도 있었다. 하지만 운도 실력이 있어야 따라온다. 이미래를 가장 심하게 괴롭힌 오수정의 준우승은 지독한 연습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오수정은 결승 게임 내내 당당했다.
PBA 첫 결승이고 나이는 어리지만 3관왕의 이미래임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세월이 가져다 준 경륜도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었다.
준우승 오수정. 강자 대열에 합류한 그는 LPBA월드챔피십 출전권을 획득했다. 오는 24일 시작하고 16강만이 출전한다. 많은 날이 남지않았지만 다시 선풍을 일으키자면 바로 훈련에 들어가야 한다.
오수정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