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포커스]KBO 리그 최초로 리빌딩에 나선 한화와 수베로 감독의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④2021시즌 KBO 리그 전반기 되돌아 보면

정태화 기자| 승인 2021-07-21 09:50
한화 선수단이 승리를 한 뒤 세러머니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한화 선수단이 승리를 한 뒤 세러머니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2020시즌 역대 최다 연패 타이인 18연패의 악몽을 겪으며 1986년 KBO 리그 제7구단으로 창단 이후 7번째 꼴찌로 떨어진 한화는 시즌이 끝나자 마자 팀 리빌딩을 내세워 대대적인 팀 개편에 나섰다.

KBO 리그 구단 가운데 최초의 리빌딩 선언이었다.
시즌 막바지인 10월 21일 김태균 은퇴가 신호탄이었다. 11월 6일 이용규 송광민 등 베테랑 선수 11명을 방출하고 코칭스태프 10명과도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다. 당시 코칭스태프에는 팀의 레전드인 송진우 장종훈을 비롯해 김성래 정민태 등 KBO 리그에서 내노라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이 망라되어 있었다.

나흘 뒤인 11월 10일 박찬혁 한화생명 e스포츠단장 겸 브랜드전략담당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소위 팀 리빌딩를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 그리고 11월 27일 한화 리빌딩의 적임자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KBO 리그 사상 4번째 외국인 감독으로 영입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코칭 스태프 수뇌부인 수석(대널 케네디), 투수(호세 로사도), 타격(조니 워싱턴) 코치를 모두 외국인으로 채웠다.

수베로 감독은 첫 훈련을 지휘하면서 '실패할 자유'를 역설했다. 코칭스태프들에게는 "선수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지도해 달라"면서 "모든 선수가 똑같지 않기 때문에 각각 다른 훈련법은 제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도자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성공적인 리빌딩을 위해서는 "승리를 통해 팀 성적도 올려야 한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한화는 2021시즌 팀 리빌딩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마운드와 내외야에서 나름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팀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마운드에서는 대표적으로 선발 김민우, 불펜 강재민이 돋보인다.

김민우는 이제 어엿한 국가대표에다 팀의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김민우는 이제 어엿한 국가대표에다 팀의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김민우는 프로 7년차에 유망주 껍질을 벗어 던지고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발돋움하며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벌써 9승(5패)을 올려 2010년 16승(4패)을 올린 류현진(현 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11년만에 첫 15승 투수 등극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년차인 강재민은 국가대표에 탈락된 것이 논란이 될 정도로 불펜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였다. 34게임에 나서 2승3세이브8홀드에다 평균자책점은 1.04를 기록하고 있다. 5월 6일 삼성전부터 6월 30일 두산전까지 17게임 23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하기도 했다.

프로 2년차 강재민은 KBO 리그 최강의 불펜으로 성큼 발돋움했다
프로 2년차 강재민은 KBO 리그 최강의 불펜으로 성큼 발돋움했다
여기에 신인 배동현과 김기중을 비롯해 2013년에 입단해 지난해에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윤대경 등도 아직 뚜렷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기대를 걸만한 선발자원으로 경험을 쌓고 있다. 팀 평균자잭점 8위(4.81)에 구원 평균자책점은 6위(4.72)로 나름 선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타자들도 새 얼굴들이 눈에 많이 띈다. 프로 4년차 정은원, 3년차 노시환에 2년차 조한민 최인호 등 젊은 피들이 내외야에 자리했다.

시즌 초반 잇달아 3점 홈런만 4개를 터뜨려 '3점홈런의 사나이'로 이미지를 굳힌 노시환은 13홈런 56타점으로 김태균의 뒤를 이을 한화의 대표적인 홈런타자로 자리 잡았다. 또 정은원은 깔끔한 2루 수비에 타율까지 3할대(0.302)에다 리드오프로 높은 출루율(0.432)을 기록해 리그 최고의 2루수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나란히 2000년 생인 조한민이나 최인호는 전반기 막판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면서 주전으로 시작한 유장혁과 임종찬을 밀어내고 외야 주전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경험이 적다보니 기복이 많은 것이 아쉬운 부문이다.

리드오프 2루수 정은원(왼쪽)과 3루수 노시환은 유격수인 베테랑 하주석을 축으로 수비 시프트의 축이자 팀 리빌딩의 성공사례로 꼽힌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리드오프 2루수 정은원(왼쪽)과 3루수 노시환은 유격수인 베테랑 하주석을 축으로 수비 시프트의 축이자 팀 리빌딩의 성공사례로 꼽힌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올시즌 한화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극단적인 내야 수비 시프트다. 예전에도 조금씩 수비 시프트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한화는 상대 타자의 타구 방향뿐만 아니라 볼 카운트, 주자 상황에 따라서도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를 선보여 전 구단이 이를 활용하는 선례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타율 4할대를 오르내리는 강백호(kt)가 등장하면 아예 3루쪽은 비워 놓은 수비 형태를 보인다. 이를 틈타 강백호가 3루쪽으로 번트를 대면 백발백중 내야안타를 만들어낸다. 이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강백호에게 장타를 맞는 것보다 번트안타를 맞는 게 낫다며 수비 시프트의 장점을 말하기도 한다

이런 내야 수비 시프트는 베테랑 유격수 하주석을 축으로 2루수 정은원, 3루수 노시환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덩달아 하주석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리빌딩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 팀 성적은 여전히 꼴찌다. 한때 롯데와 KIA에 앞서 나름 성적도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리빌딩과 괘를 같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도 낳았지만 전반기에서는 가장 먼저 50패(29승)를 당하며 9위 KIA에 4.5게임차 뒤져 있다. 그러면서도 두산과는 3승4패로 대등한 경기를 벌이고 키움(5승4패), 롯데(7승2패)에는 앞서는 등 선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으로 20여일의 휴식기간을 마치고 다시 시작하는 후반기에 '팀 리빌딩과 병행해 승리도 필요하다'는 수베로 감독의 시즌 초반 공언대로 팀 리빌딩과 성적까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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