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뛰기는 출전 선수가 적은 국내 대회는 1번의 결선으로 승부를 가린다. 하지만 출전 선수가 많은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는 예선전을 거쳐 결선에 오를 수 있다. 지난 해 2020도쿄올림픽의 경우 우상혁은 한국 선수들에게 높게만 보이던 예선 벽을 뚫고 결선에 진출했다. 전체 33명 중 상위 12명 안에 들면 결선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우상혁이 결선에 진출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진택 이후 무려 25년만이었다. 우상혁은 결선에서 2m35 한국신기록과 함께 4위에 올라 한국 육상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결선과 결승 모두 일본식 한자어이다. 결선은 ‘결단한 결(決)’과 ‘가릴 선(選)’이 합해진 말이다. 여러 선수들이 동시에 경기를 벌여 가장 성적이 우수한 선수를 뽑는 경기방식이다. 육상, 수영, 사격, 체조, 피겨 등에서 순위를 가리는 방법이다.
결승은 ‘이길 승(勝)’을 사용해 결선과는 의미가 좀 다르다. 예선을 통해 올라온 최종 승자 두 명이나 두 팀이 갖는 마지막 경기방식이다. 최후까지 가장 강한 승자를 가리는 경기방식이다. 축구, 농구, 야구, 배구등 주요 구기종목과 유도,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에서 주로 쓴다.
하지만 영어로는 결선과 결승 둘 다 ‘Final’이라고 말한다. 메리엄 웹스터 영어사전에 따르면 ‘Final’은 끝을 의미하는 라틴어 ‘Finalis’가 어원이다. 같은 로마 글자의 고대 프랑스어를 거쳐 14세기 말 영어로 정착했다. 스포츠에서 최종 경기를 의미하는 용어로 쓰인 것은 1880년부터였다. 영어에서 여러 명의 선수가 팀이 참가해 경기를 가질 경우, 상위자가 진출하는 통상의 결승전을 ‘A Final’ 또는 ‘Big Final’, 하위자가 참가하는 순위 결정전을 ‘B Final’ 또는 ‘Small Final’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디지털 아카이브 검색을 해보면 1920년 창간이후부터 축구 종목 등에서 결승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일보 1921년 7월31일자 ‘남선축구대회 상황’이라는 기사는 ‘고창군팀이 전주군팀을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언론 등에서 결선이라는 단어는 1945년 해방이후 주로 육상 종목 기사 등에서 많이 쓰였다. 동아일보 1967년 8월31일자 ‘불뿜는 종반전(終盤戰)’라는 기사에선 도쿄 유니버시아드 전적 현황과 관련, 수영 등에서 미국 선수들이 결선에서 세계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결선과 결승을 같은 의미로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단어의 개념적 차이를 이해하면 종목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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