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99] 왜 체조에서 ‘플립(flip)’을 ‘공중제비’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3-02-09 07:30
2016 리우올림픽에서 미국 시몬 바일스의 공중돌기 동작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 리우올림픽에서 미국 시몬 바일스의 공중돌기 동작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플립은 체조, 다이빙, 프리스타일 스키 등에서 공중에서 자세를 바꾸는 것을 뜻하는 단어이다. 영어 ‘flip’를 발음한 말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등에 따르면 ‘flip’은 원래 16세기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으로 휙휙 돌린다는 의미로 쓰였다. 야구에서 플립은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던지는 것을 의미한다. 1,2루수가 짧은 거리에서 언더 핸드로 패스하는 것을 의미하거나 투수가 타자 몸쪽을 보고 던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타자가 공을 때리고 배트를 던지는 ‘배트 플립(bat flip)’에도 이 단어를 쓴다. 야구에서 플립이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1869년부터라고 폴딕슨 야구용어사전은 설명한다. (본 코너 829회 ‘수영에서 왜 ‘플립 턴(flip turn)’이라 말할까‘, 16회 ’‘배트 플립(bat flip)'이 어떻게 ’빠던‘이 됐나?’ 참조)

체조에서 ‘flip’은 ‘salto’, ‘somersault’ 등을 같은 의미로 쓴다. ‘salto’는 춤을 추거나 점프를 한다는 의미인 라틴어가 어원이다. 몸이 수평축을 중심으로 360도 회전해 발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동작을 의미한다. ‘somersault’는 바닥에서 공중제비를 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롤(roll)’이라고도 말한다. 넘는다는 의미인 라틴어 ‘supra’와 점프를 의미하는 ‘saut’가 합성된 단어로 프랑스어 ‘sombresault’를 거쳐 영어로 정착한 단어이다. 이 동작은 웅크린 자세의 ‘턱(tuck)’, 엉덩이를 구부린 자세의 ‘파이크(pike)’, 다리찢기 자세의 ‘스트래들(straddle)’ 등 다양한 동작을 취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flip’, salto’, ‘somersault’ 등을 모두 ‘공중제비’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공중제비라는 말의 역사 정보가 따로 남아 있지 않아 그 어원이나 유래 등을 알 수 없다. 다만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공간을 뜻하는 ‘공중(空中)’과 철새 중의 하나인 ‘체지’가 합쳐진 말로 공중에서 자유자래로 돈다는 의미로 쓴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공중제비라는 말은 1960년대부터 등장한다. 조선일보 1966년 8월24일자 소설가 유주현의 신문소설 ‘대원군(大院君) (344)’에 ‘장사(壯土))가 씨름에서 상대를 번쩍 들어 공중제비로 메어꽂으려는 순간,뜻밖에도 아랫도리에 딴죽을감기고는 비틀하는 찰나처럼그는 속으로 당황했다’고 표현했다.

영어로 공중 동작에 관한 여러 세부적인 표현이 있다. 손을 짚고 넘는 동작은 ‘핸드스프링(handspring), 뒤로 넘으면 ’백핸드스프링(back handspring)’, 앞으로 도는 공중제비는 ‘프론트플립(front flip) 또는 앞공중돌기(앞공)’, 뒤로 도는 공중제비는 ‘백플립(back flip) 또는 뒤공중돌기(백공)’라고 흔히 부른다. 이외에 손을 안 짚고 허공에서 풍차돌기를 하는 동작인 ‘에어리얼(aerial), 옆으로 도는 공중제비인 사이드플립(side flip) 등 많은 종류가 있다.

공중제비 동작은 비숙련자가 하면 매우 위험하다. 잘못하면 머리를 다쳐 죽거나 경추를 다쳐 전신마비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축구 선수가 공중제비 세레머니를 하다가 머리부터 떨어져서 숨진 사례가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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