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슬램이라는 말은 이미 표준 국어사전에도 오른 외래어이다. 사전에는 ‘골프, 테니스에서 한 선수가 한 해에 4대 타이틀 경기에서 모두 우승하는 일 또는 야구에서 만루 홈런을 치는 일’로 설명한다. 그랜드 슬램은 ‘큰, 웅대한’이라는 뜻의 ‘Grand’와 ‘쾅 때린다’는 의미의 명사 ‘Slam’가 어울어진 영어이다. 직역하면 크게 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적합한 조어라고 여겨진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그랜드 슬램의 어원은 원래 카드놀이인 브리지게임에서 패 13장 전부를 따는 ‘압승’을 뜻하는 용어에서 나왔다고 1814년 찰스 존스의 게임 책인 ‘Hoyle's Games Improved’에서 설명했다..(본 코너 86회 ‘왜 골프에서 ‘그랜드 슬램(Grand Slam)’이라고 말할까‘ 참조)
스포츠 뿐 아니라 군사나 문화 용어로도 그랜드 슬램이라는 말이 쓰인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공군이 사용한 강력한 폭탄을 ‘그랜드 슬램’이라고 불렀으며 칵테일 용어로도 쓰였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1960년대부터 이 말이 등장한다. 조선일보 1962년 8월24일자 ‘아 십 니 까? 세계제일(世界第一)’ 기사는 ‘이제까지 사용된것중에 가장 컸던폭탄은 영국공군이 일구사(一九四)〇년「U=보트」상륙작전에 투하한「그랜드·슬램」으로이(二)천육(六)백육십(六十)관이었다.실험용으로는 일구사구(一九四九)년 미국 공군이「캘리포니아」의「뮤록」에서 시험한오(五)천칠십칠(七十七)관짜리였다’고 소개했다. 조선일보 1972년 6월22일자 ‘니클라우스 13승(勝)기록,4관왕(冠王) 도전’ 기사는 ‘잭 니클라우스는 US오픈우승으로올해 상금합계(賞金合計) 18만6천51달라를 올려 선두(先頭)를 계속 유지—그는 전번의마스타즈와 합해 세계(世界)2대(大)타이틀을 딴것이며 전영(全英),전미(全美)프로등을 노려그랜드슬램(4관왕(冠王))에의위업(偉業)에정진케되었다.그는 이제 빅 토너먼트 13승(勝)(마스타즈4,전영(全英)2,전미(全美)프로2,전미(全美)아마2)을 기록함으로써구성(球聖) 보비 존스의 그것과 타이기록(記録)을 세웠다’고 전했다.
한국여자골프의 박인비는 2015년 8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Career Grand Slam)’을 달성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통산 그랜드 슬래머가 됐다는 의미였다. 박인비는 메이저 7승을 거두며 팻 브래들리, 줄리 잉스터, 아니카 소렌스탐, 루이스 석스, 카리 웹, 미키 라이트에 이어 역대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의 주인공이 됐다. 박인비는 에비앙 대회만 우승하면 카리 웹에 이어 2번째로 슈퍼 그랜드 슬래머가 될 수 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2012년 에비앙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박인비는 그 다음 해부터 에비앙 대회가 메이저 대회로 추가된 이후 이 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112년만에 여자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박인비는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당대 최고의 여자 골퍼임을 입증해 보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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