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16] 왜 ‘펜홀더’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1-22 06:44
일본식 펜홀더 전형으로 여자탁구를 평정한 수원시청 고참 전 국가대표 문현정. [한국프로탁리그 제공]
일본식 펜홀더 전형으로 여자탁구를 평정한 수원시청 고참 전 국가대표 문현정. [한국프로탁리그 제공]
수원시청 여자탁구단 고참 문현정(40)은 쉐이크핸드에 밀려 사라지다시피한 정통 일본식 펜홀더 전형으로 한국 실업탁구에서 존재감을 이어간다. 문현정은 프로탁구리그에서 유일한 일본식 펜홀더 전형이다. 문현정은 2022년 시즌 여자부 최우수선수와 개인 다승 1위를 차지했다. 26승 2패로 92.9%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펜을 잡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펜홀더는 펜홀더 그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영어 ‘Pen Holder’에서 나온 말이다. ‘Pen’은 깃털을 의미하는 라틴어 ‘Penna’ 또는 ‘Pinna’가 어원이다. 로마 시대 초기 펜들이 깃털을 다듬어 만들었던 것에서 유래됐다. ‘Holder’은 고대 영어 ‘Healdan’과 중세 영어 ‘Holdere’를 거쳐 받침대 등의 의미로 쓰였다.
펜홀더는 일본식과 중국식으로 크게 나눈다. 일본식은 일본, 한국, 대만 등에서 사용하며, 중국식은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에 퍼져 있다. 1980년대까지 아시아 선수들의 대부분은 일본식 펜홀더를 많이 활용했다. 그러나 1990년대들어 유럽식 쉐이크핸드가 유행하면서 펜홀더의 단점이 부각되며 아시아 국가에서 펜홀더 선수가 점차 감소했다. (본 코너 1015 ‘탁구에서 왜 ‘쉐이크 핸드’라고 말할까‘ 참조)

펜홀더 그립은 엄지 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라켓의 손잡이를 거머쥐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라켓의 뒷면을 받쳐주어 잡는다. 엄지 손가락은 깊숙하게 넣어서 잡고,검지 손가락으로 코르크 부분을 눌러주듯 한다. 뒷면을 받쳐주는 세 손가락의 위치는 가운데가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펜홀더는 라켓을 잡는 방법에서 셰이크핸드에 비해 손목이 잘 움직인다. 따라서 볼컨트롤을 할 수 있는 조작성이 뛰어나 다채로운 서브를 넣기 쉽고, 되돌아 온 볼을 비교적 처리하기 쉬운 게 특징이다. 라켓 헤드가 내려간 상태에서 타구하기 때문에 셰이크핸드에 타구시에 회전을 걸기 쉽다. 구조상 라켓의 양면을 사용하는 것이 어렵고, 백핸드 때 라켓을 뒤집는 형태로 해야 하고 이면을 지지하는 손가락 3개로 인해 라켓이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셰이크핸드에 비해 백핸드 기술이 약하고 공격력이 부족한 것이 펜홀더의 가장 큰 약점이다.

현재는 셰이크핸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펜홀더 전형 선수 중에서도 자신의 탁구 개성을 살려 경쟁력 있는 탁구 스타일을 추구하기도 한다. 무작정 잘하는 사람들을 따라 하기보다 자신의 신체조건과 탁구 스타일을 고려하여, 개인에게 적합한 탁구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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