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가 협박을 당한 상황에서 감독의 이런 태도는 사실상 '방치 선언'이나 다름없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리그 차원 대응이 곧바로 진행된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는 협박 메시지를 받은 직후 구단과 MLB 보안팀이 개입했고, 경찰과 협력하여 가족에게 24시간 경비까지 배치됐다. 보스턴의 리암 헨드릭스 역시 SNS를 통해 자신과 아내에게 온 협박 메시지를 공개하며 사회적 문제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대응 배경에는 스포츠 베팅의 급격한 확산과 온라인 협박 증가가 있다. 최근 MLB에서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단순한 경기 실수뿐 아니라 배팅과 관련된 불만으로 선수와 가족에게 위협 메시지가 전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MLB는 리그 보안팀, 구단, 경찰, 선수노조(MLBPA)가 연계된 대응 체계를 구축하며,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선수와 가족을 보호하고 있다.
반면 KBO는 어떠한가. 디아즈 사건에서 삼성 구단은 별다른 법적 조치나 신변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리그 차원의 대응도 없었다. 결국 협박에 맞서는 건 선수 개인의 몫이 되었다.
디아즈는 타국에서 홀로 야구를 한다. 낯선 환경, 언어 장벽, 그리고 가족을 향한 협박까지. 그럼에도 감독은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멘탈 관리 조언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를 사실상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자기 고백이다.
KBO는 선수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고,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철저히 '용병'으로만 대한다. 잘하면 칭송, 부진하면 교체, 문제를 겪으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디아즈 사건은 단순히 한 외국인 선수의 개인사가 아니다. KBO 전체가 선수 보호라는 기본 의무조차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걸 덮어버리는 한, KBO는 결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없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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