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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54] 마라톤 정성옥이 스포츠 선수로는 북한에서 유일하게 ‘공화국영웅’ 칭호를 받은 이유는

2025-09-24 06:12:55

북한이 발행한 '공화국영웅' 정성옥 기념우표.
북한이 발행한 '공화국영웅' 정성옥 기념우표.
북한에서 ‘공화국영웅’ 칭호는 국가가 인정하는 최고 명예이다. 국가·민족에 대한 특출한 공적이나 체제 수호와 혁명 공로를 세운 이에게 수여한다. 김일성이 3회, 김정일이 4회 수여받았으며, 김정은도 2012년 한 차례 받았다.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는 사실상 충성 강화를 위한 정치적 상징으로 사용됐다

공화국영웅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공화국의 영웅이라는 뜻이다. 한자어인 ‘공화국(共和國)’은 중국 고전과 서양 ‘republic’ 개념이 결합한 말이다. 한자어 ‘공화(共和)”의 기원은 중국 춘추시대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등 고대 문헌에서 유래했다. 주(周)나라 초기에 왕이 어릴 때, 주공(周公)과 소공(召公)이 함께 정사를 돌본 시기를 공화(共和)라 불렀다. 공화는 ’함께(共) 화합(和)하여 다스린다‘는 뜻이다. 공화는 군주가 실권을 잃고 신하들이 협치한 기간을 가리키며, 후대에 군주가 없는 공동정치라는 의미로 확장됐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중국·일본 지식인들이 서구 ’republic‘을 번역할 때, “공화”를 차용하여 ’공화국‘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손문이 청조 왕조의 막을 내리고 1912년 중화민국(中華民國)을 선포할 때, 영어로 ‘Republic of China’이라고 번역했다. ’republic’ 어원은 라틴어 ‘res publica’이다. ‘res’는 사무, 일 등을 의미하며 ‘publica’는 공공의라는 형용사적 의미이다. 이 말은 본래 공공의 일이라는 뜻이다.

‘영웅(英雄)’이라는 말은 중국 고대에서 유래한 한자어이다. ‘사기(史記)’, ‘한서(漢書)’ 등에서 천하를 뒤흔드는 인물을 ‘영웅’이라 불렀다. 글자 그대로는 재능이 뛰어나고(英) 힘과 용기가 큰(雄) 사람을 뜻한다. 의역하면 걸출한 인물, 큰 일을 해내는 인물이라는 말이다. 근대 이후 영어 ‘hero’의 번역어로 정착했다. ‘hero’ 어원은 그리스어 ‘hērōs(ἥρως)’이다. 신과 인간 사이의 반신(半神)·위대한 인물에서 출발한 말이다.
북한에서 ‘공화국영웅’ 칭호를 받은 스포츠인으로는 정성옥이 유일하다. 정성옥은 1999년 스페인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 이전에는 주목받았던 국제대회 성적이 없었지만 세계육상대회 마라톤 우승 이후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받고 국가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북한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은 이 칭호를 받지 못했다. 정성옥에게만 이 칭호를 수여한 것은 북한 사상 처음으로 세계 여자 마라톤을 제패해 공화국 체제의 우월성과 김일성 일가의 혁명 계승을 찬양하기 위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에서 공화국영웅 칭호는 단순한 ‘훈장’이 아니라 체제 충성의 상징이다. 전쟁 영웅, 산업·과학 인물에게도 주어지지만, 궁극적으로는 김일성 일가의 혁명 계승을 찬양하고 국가 최고 권력의 위신을 드높이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된다. 금별 메달(공화국영웅메달) 1개와 김일성훈장 또는 김정일, 김정은 훈장(시기에 따라 병행)이 함께 수여되며, 현금·특별배급, 주택 등 물질적 특혜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성옥에게 아파트와 함께 벤츠 승용차를 선물로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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