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의 장점은 원래부터 분명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공을 오래 보고 손목 힘으로 정확하게 맞히는 유형이다. 이런 타격 스타일은 나이를 먹어도 급격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스피드나 수비 범위가 줄어도 타석에서의 선택과 판단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노화 곡선에서 가장 오래 남는 두 가지, 컨택 능력과 선구안을 김현수는 지금도 갖고 있다.
김현수는 연차가 많아도 타석 퀄리티가 보장되는 좌타자다. 시장 가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도 있다. 김현수는 클럽하우스에서 중압감이 쏠릴 때 분위기를 정리해주는 유형이고, 젊은 타자에게 타석 접근법을 반복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LG가 우승 과정에서 그가 한 일은 단순히 타석 성적을 넘어선다. 팀의 흐름을 읽고, 타선의 호흡을 안정시키는 역할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고액 단년 계약이 답은 아니다. 현실적인 계약 구조는 2+1년, 혹은 3년+옵션 같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50억 원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총액보다 중요한 건 역할과 관리 방식이다. 첫 2년은 비교적 적극적인 타선 기여, 이후는 출전 비중을 줄여 가며 팀 내 문화적 역할까지 병행하는 그림이다.
전력, 경험, 클럽하우스 영향력이 결합된 선수는 희귀하다. 그리고 희귀한 자원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가격을 가진다. 김현수는 여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 다만 그 제 몫의 정의는 예전과 달라졌을 뿐이다. 이제는 팀의 질서를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는 역할까지 포함된다. 그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팀이라면, 나이가 아니라 가치가 계약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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