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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79] 왜 아직도 '당구공'을 ‘다마’라고 부를까

2026-05-08 17:44:53

올해 프로당구 큐스쿨 경기가 열린 일산 PBA스타디움[PBA 제공]
올해 프로당구 큐스쿨 경기가 열린 일산 PBA스타디움[PBA 제공]
“다마치러 갈까.” 당구를 치러가는 동호인들끼리 이런 말을 나누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정식 표현은 분명 ‘당구공’ 혹은 ‘볼(ball)’이다. (본 코너 1777회 ‘당구에서 왜 ‘큐볼’이라 말할까‘ 참조)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여전히 자연스럽게 ‘다마’라고 말한다. 심지어 젊은 세대 가운데서도 이 표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마는 원래 일본어 ‘타마(玉·たま)’에서 왔다. 원래 뜻은 구슬, 공, 보석 같은 둥근 물체다. 다마라는 말은 한국 당구계에서 정확히 언제부터 쓰였는지 문헌으로 딱 잘라 확인되지는 않지만, 대체로 일제강점기(1910~1945) 때 일본식 당구 문화가 들어오면서 퍼진 것으로 본다. 당시 당구 자체가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근대 유흥문화였다.
당구장 운영 방식, 경기 규칙, 기술 용어도 대부분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일본식 당구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던 시절, 공을 부르는 말로 함께 정착했다. 해방 이후에도 당구장은 일본식 용어가 가장 오래 남은 공간 중 하나였다. 히네리, 오시, 마세이, 우라마와시 같은 말들이 자연스럽게 오갔고, 다마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살아남았다.

흥미로운 건 다마가 단순히 ‘공’ 이상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당구장 특유의 생활감이 묻어난다. 오랜 세월 당구장 문화 속에서 축적된 은어와 리듬이 다마라는 두 글자 안에 들어 있다.

물론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일본어 잔재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스포츠계는 오랫동안 일본식 용어를 순화해왔다. 야구의 ‘데드볼’은 ‘몸에 맞는 공’이 됐고, 당구에서도 ‘히네리’ 대신 ‘회전’, ‘오시’ 대신 ‘밀어치기’ 같은 표현이 권장된다. 대한당구연맹 역시 공식 용어로는 ‘당구공’과 ‘수구·적구’를 사용한다. (본 코너 208회 ‘‘데드볼(Dead Ball)’이라는 말을 쓰면 안되는 이유‘, 1778회 ‘당구에서 왜 영어 ‘object ball’을 ‘적구(的球)’라고 말할까‘ 참조)

그럼에도 현장 언어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어는 규정보다 습관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구는 입으로 배우는 스포츠다. 다마는 바로 그런 현장의 언어다.

흥미롭게도 다마는 이제 당구장을 넘어 일상어가 되기도 했다. “다마가 크다”는 배짱을 뜻하고, “머리 다마를 굴린다”는 계산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원래 일본어였던 단어가 한국식 생활 표현으로 변형된 셈이다.

언어는 늘 순수하지 않다. 섞이고, 변하고, 살아남는다. 당구장의 다마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고쳐야 할 일본어 잔재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세월의 공기와 함께 남은 생활 언어일 수 있다. 분명한 건 하나다. 오늘도 전국의 당구장 어디선가 누군가는 말하고 있다.

“다마다. 다마를 봐야지.”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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