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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77] 당구에서 왜 ‘큐볼’이라 말할까

2026-05-07 07:10:52

 큐볼을 겨냥하는 김영원
큐볼을 겨냥하는 김영원
프로당구협회(PBA)는 지난 2022년 표준화된 당구 용어 보급을 위해 'PBA 당구 용어 2022'를 배포했다. 일본의 잔재로 남아 있는 당구 용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PBA가 바로잡는 당구 용어는 총 48개였는데, 표현에 논란이 있던 여러 용어들이 표준화됐다.

당구 용어집에 따르면 ‘수구(手球)’로 불리던 단어를 ‘큐볼(cue ball)’, ‘내 공’으로 교정했다. 오랫동안 당구장에서 사용했던 수구는 일본식 당구 용어의 영향을 받아 생긴 말이다. 당구는 근대 시기 서양에서 동아시아로 전해질 때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영어 용어를 그대로 쓰기보다 한자어로 번역해 정착시키는 방식을 택했는데, ‘cue ball’도 그중 하나였다. (본 코너 1771회 ‘‘ 빌리어드(billiards)’를 왜 ‘당구’라고 부를까‘, 1774회 ’당구용 막대기를 왜 ‘큐(cue)’라고 말할까‘ 참조)

일본에서는 큐볼을 ‘手玉(てだま, 테다마)’라고 불렀다. 여기서 ‘手(손 수)’는 ‘손으로 다루는’ 의미이며, ‘玉(구슬 옥)’은 ‘공’이라는 뜻이다. 즉, ‘손으로 조작하는 공’, 다시 말해 플레이어가 직접 다루는 공이라는 의미이다. 이 표현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한자음을 따라 수구(手球)라는 말로 자리 잡았다. ‘옥(玉)’ 대신 ‘구(球)’를 쓴 것은, 근대 스포츠 용어에서 공을 나타낼 때 ‘구(球)’를 더 일반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본 코너 1773회 ‘‘당구(撞球)’는 왜 ‘옥돌(玉突)’로 불리었을까‘ 참조)
오늘날에도 한국 당구장에서 큐볼과 수구가 함께 쓰이는 건, 서양식 용어와 일본식 번역 용어가 공존하는 역사적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큐볼이라는 표현은 당구가 현대적인 형태로 정착해 가던 18세기 후반~19세기 초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당구 자체는 15~16세기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초기에는 지금처럼 ‘치는’ 방식이 아니라 공을 밀대(mace)로 밀어 움직였다. 이후 17세기 후반부터 점차 막대기의 가는 끝으로 공을 ‘치는’ 방식이 퍼지면서, 프랑스어 ‘queue’에서 유래한 ‘큐(cue)’라는 말이 자리 잡게 됐다.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는 공과 그렇지 않은 공을 구분할 필요가 생기면서 ‘큐로 치는 공’, 즉 ‘cue ball’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영어 문헌에서는 18세기 말~19세기 초 당구 규칙과 해설서에서 이 용어가 확인된다.

큐볼은 플레이어의 의도를 전달하는 매개체이자, 모든 전략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이 점에서 ‘흰 공’이나 ‘내 공’이라는 표현보다 ‘큐볼’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색깔이나 소유 개념이 아니라, 역할(role)을 중심으로 공을 정의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큐볼은 단순히 눈에 띄는 공이 아니라, 큐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유일한 공이며, 플레이어의 기술과 감각이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대상이다.

흥미로운 점은, 큐볼이라는 용어가 당구의 사고방식까지 드러낸다는 것이다. 좋은 플레이어일수록 “공을 맞춘다”기보다 “큐볼을 컨트롤한다”고 말한다. 이는 득점의 핵심이 상대 공을 맞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큐볼의 위치·회전·속도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루느냐에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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