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단순했다.
"처음에는 그냥 리듬체조가 예쁘고 멋있다는 생각이 컸어요. 음악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도 좋았고, 제가 한 동작을 조금씩 완성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운동도 재미있었지만 리듬체조는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이나 표현까지 같이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특별했던 것 같아요. 같은 동작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게 재미있었어요."
△"비교하면 제가 더 힘들어지니까"
늦게 시작한 만큼 채워야 할 것이 많았다. 이미 몇 해씩 앞서 있던 또래들을 보며 조급했던 시기도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조급하기도 했는데, 비교하면 제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서 그냥 어제의 저보다 하나라도 더 잘하자는 생각으로 했어요. 부족한 만큼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진짜 믿기지가 않았어요. 결과를 듣고도 바로 실감이 안 났던 것 같아요. 기쁘기도 했는데 그동안 힘들었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면서 '그래도 내가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이 금메달은 개인의 성취에 그치지 않았다. 경기도 체조팀은 이 대회에서 종목점수 2천360점을 기록해 인천시를 단 1점 차로 제치고 종합 우승 2연패를 달성했다. 리듬체조에서 나온 금메달이 승부를 갈랐다.
메달 이후 달라진 것을 묻자 그는 부담이라는 단어 대신 책임감을 꺼냈다.
"주변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진 것 같고, 저 스스로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좋은 결과를 얻은 만큼 그걸 유지하고 더 발전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긴 것 같아요."
그 말은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임채연은 올해 6월 KBS 전국리듬체조대회 고등부 개인종합 2위, 7월 회장배 전국리듬체조대회 고등부 개인종합 2위에 오르며 시상대를 지켰고, 7월 말 한국중고연맹회장배에서는 개인종합 1위를 차지했다. 여름 한 달 반 사이 세 개 대회에서 모두 상위권을 놓치지 않으며 기복 없는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곤봉을 좋아하고, 볼과 씨름하는 선수
훈련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진다. 기본기, 작품 연습, 수구 훈련이 하루 안에 반복된다.
"그중에서도 작품을 완성도 있게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같아요. 같은 동작을 계속 연습하면서 조금씩 수정해나가는 과정이 많아요."
네 개의 수구 중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것은 곤봉이다. "음악이랑 움직임을 표현하는 게 재미있어서"라는 이유다. 반대로 까다로운 종목으로는 볼을 꼽았다.
"수구를 정확하게 컨트롤하면서 동작까지 같이 해야 해서 집중을 많이 해야 해요."
새 기술이 벽에 부딪힐 때의 방식도 분명하다.
"계속 안 된다고 무작정 반복하기보다는 일단 왜 안 되는지를 생각해보려고 해요. 자세나 타이밍 같은 작은 부분을 하나씩 고치다 보면 어느 순간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경기 직전 긴장을 다루는 방법 역시 정면돌파에 가깝다.
"긴장하지 않으려고 하기보다는 '긴장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제 연기를 하려고 해요."
사방 12m의 매트 위,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 순간에는 주변이 잘 안 들리고 음악이랑 제 움직임에만 집중되는 것 같아요. 훈련할 때는 계속 실수했던 장면도 생각나는데, 막상 음악이 시작되면 '지금까지 준비한 걸 보여주자'라는 생각만 들어요."

△"제 색깔이 확실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성인 무대 진입을 앞둔 지금, 그가 신경 쓰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표현력이나 경기 운영에서도 더 성숙한 선수가 되고 싶어서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언젠가 해보고 싶은 작품도 있다.
"나중에는 조금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의 음악으로 제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가까운 목표를 묻자 성적 이야기가 아닌 답이 돌아왔다.
"당장 있는 경기에서 제가 준비한 만큼 제대로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일단 제 연기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5년 뒤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질문에도 같은 결의 답이 이어졌다.
"기록이나 결과만으로 기억되는 선수보다는, 경기를 봤을 때 '저 선수 진짜 멋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제 색깔이 확실하고, 중요한 순간에 믿고 경기를 맡길 수 있는 선수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말미, 스스로를 세 단어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그는 잠시 뒤 답했다. 승부욕, 끈기, 솔직함.
"승부욕이 있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편이고, 힘들어도 일단 끝까지 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 생각이나 감정을 숨기기보다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인 것 같아요."
감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서 그는 지도자를 먼저 떠올렸다.
"제가 힘들거나 부족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봐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해요. 제가 혼자였다면 지금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싶어요."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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