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먼 미국땅에서 대참사가 일어난 지 13년이 지난 현재, 그때에 비하면 별것 아닐 수 있으나 한반도 야구팬들과 야구계 종사자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소식이 전달됐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독립리그 야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해체 소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동안 ‘야구 사관학교’의 입지를 굳혀가며, 프로와 아마야구 사이에서 ‘선 순환 구조’ 역할을 했던 고양 원더스의 모습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야구팬들 입장에서 9월 11일은 ‘가장 기억하기 싫은 날’로 남게 된 셈이다.
구단주의 ‘순수한 야구사랑’을 끝내 외면한 야구계, ‘유구무언’
‘프로 선수를 한 명이라도 배출하면 좋겠다.’라고 시작했던 고양 원더스는 현재까지 무려 선수 22명의 프로 입단을 도왔다. ‘원더스의 해체는 선수들 전원이 프로 입단에 성공하는 날’이라는 김성근 감독의 이야기가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것도 그간의 행보에서 잘 드러났다. 그러나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를 비롯한 기존 프로구단들은 이러한 구단주의 진심과 고양 원더스의 존재 가치를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해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진 ‘프로 2군 리그 정식 가입 불가’도 사실 KBO 입장에서 보면 ‘타당성 있는 변명’으로 들릴 수 있다. 교류전 경기를 확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양 원더스에 대한 예우를 다 해 줬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 2군 리그는 ‘프로’의 성격을 지닌 구단만이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기존 구단들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상무/경찰 야구단의 퓨쳐스리그 참가와는 또 다른 케이스라는 점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KBO가 크게 간과한 부분도 바로 이 ‘변명’의 분석을 통하여 유추해 볼 수 있다.
KBO는 선수 선발 및 신인지명 회의 참가 등 2군 리그의 정식 참가가 이루어졌을 경우를 대비한 ‘돌발 상황’이 많음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부분은 상무/경찰 야구단의 운영을 벤치마킹하여 규정을 손보면 될 일이었다. 즉, 1) 고양 원더스에게 KBO 준회원 자격을 부여하되, 2) 독립리그 구단의 자격을 갖춘 구단은 신인지명 회의에는 참가하지 않으며, 3) 선수 선발은 기존의 방법(트라이아웃, 혹은 추천 입단)을 통하여 진행하는 선에서 4) 퓨쳐스리그 경기 참가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여 이사회 표결에 부쳤으면 그만이었다. 이 정도 작업만 해 주었다면, 흔히 사회에서 표현하는 ‘상생’이 야구판 전체에 피어 올랐을 수 있다. ‘즐겁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KBO는 분명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2군 리그의 정식 배정을 불허하면서도 ‘해외 유턴파 선수들의 교류전 참가’를 제한한 부분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였다. 교류전 경기 결과가 2군 리그에 정식으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양 원더스가 어떠한 선수를 내건 간에 사실 KBO는 별다른 간섭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고양 원더스를 정식 2군 리그에 배정한 이후에 그러한 간섭이 이루어졌다면 또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독립리그 출범이라는 목표는 깨어졌고, 선수들을 비롯한 고양 원더스 스태프들은 이제 제 갈 길을 걸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사태가 ‘야구 흥행’에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프로야구단은 증가했지만, 프로 입단의 희망을 잃은 선수들이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다시 온 셈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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