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수의 이탈은 역설적으로 손아섭과 한화의 협상 테이블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 한화는 이미 김범수와 손아섭 두 선수 모두에게 구단의 최종안을 전달한 뒤 답변을 기다려왔다. 김범수가 더 나은 조건과 보직을 보장한 KIA의 손을 잡으면서, 이제 한화의 시선은 오직 손아섭 한 명에게 쏠려 있다. 구단으로서는 핵심 불펜 자원을 잃은 상황에서 베테랑 타자마저 조건 없이 내주기엔 전력 손실이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 냉기류 속에 갈 곳 잃은 손아섭에게 무리한 조건을 제시할 이유도 사라졌다.
현재 손아섭의 처지는 사면초가에 가깝다. KBO 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FA 시장에서 그의 가치는 나이와 보상금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C등급인 손아섭을 영입하려면 직전 연봉의 150%인 7억 5,000만 원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미 전력 구성을 마친 타 구단들이 30대 후반의 지명타자 자원에게 이만한 비용을 투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키움 히어로즈를 비롯한 몇몇 구단과의 연결설이 돌았으나, 높은 보상금과 샐러리캡 압박 탓에 실질적인 제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손아섭에게 남은 시나리오는 한화 잔류를 선택하는 것이다. 타 팀 이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시점에서, 선수 본인의 명예로운 은퇴를 위해서는 한화와의 동행이 최선의 선택이다. 한화 역시 김범수를 잃은 상황에서 손아섭까지 놓친다면 리더십 부재와 뎁스 약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다만, 김범수 이탈로 한화의 샐러리캡에 여유가 생긴 만큼 전향적인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23일로 예정된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 전까지 양측이 극적인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최다안타왕의 독한 마음가짐이 한화라는 둥지 안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대전으로 향하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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