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2015년 제1회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랐던 기억을 끝으로, 이후 벌어진 일본과의 국가대표 맞대결에서 굴욕적인 10연패를 당했다. 지난 해 11월에 치러진 평가전에서 가까스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11연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는 간신히 피할 수 있었으나, 한때 숙명의 라이벌이라 불리며 서로를 견제하던 양국 간의 실력 격차는 이제 부정할 수 없을 만큼 현저하게 벌어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20일 20년 전인 2006년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당시 일본 대표팀의 상징이었던 이치로가 남긴 이른바 30년 발언을 다시금 조명하고 있다. 당시 이치로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상대 팀들이 앞으로 30년 동안은 일본에 감히 손을 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당시 한국 선수들과 팬들의 자존심을 강하게 자극하며 거센 분노를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한국 대표팀의 투지에 불을 지피는 기폭제가 되었다. 실제로 한국은 해당 대회에서 일본을 잇달아 격파하고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등 이치로의 발언이 오만했음을 실력으로 입증해 보였으며, 이는 이후 십수 년간 이어질 한일전 격전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기도 했다.
반면 한국 야구는 뼈아픈 세대교체의 실패와 국내 리그의 질적 저하라는 해묵은 과제 속에서 국제 대회마다 잇따른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으며, 이는 한국 야구의 경쟁력 약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과거에는 이치로의 발언을 두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한국 내에서도 이제는 양국 사이에 가로놓인 거대한 실력의 벽을 인정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20년 전 이치로가 공언했던 30년이라는 시간은 이제 망언이 아닌 한국 야구가 마주한 잔혹한 현실이 되었으며, 일본 매체들은 이러한 한국 야구의 몰락과 일본의 독주 체제를 대비시키며 과거의 발언이 사실상의 예언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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