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일본 대표팀은 화려한 명성과 달리 국내파 타선에서 심각한 빈공에 시달렸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승리는 '메이저리거들이 다 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운명의 한일전에서 이러한 양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의 젊은 타자들이 일본의 에이스급 투수들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며 몰아붙였지만,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 스즈키 세이야, 요시다 마사타카 등 메이저리그 트리오의 홈런 세 방으로 간신히 경기를 뒤집었다. 만약 이들 빅리거의 개인 기량에 의존한 한 방이 없었다면, 일본은 안방에서 한국에 덜미를 잡히는 수모를 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쏟아지고 있다.
일본 타선의 한계는 비단 한일전뿐만 아니라 체코전과 호주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체코를 상대로 일본의 NPB(일본프로야구) 출신 타자들은 상대 투수진의 변칙적인 투구에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호주와의 경기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기 중반까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다 결국 메이저리거들이 해결사로 나서며 득점을 짜낸 끝에야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일본 내수용 타자들이 국제 무대의 낯선 투수들에게 고전하는 사이, 오타니를 비롯한 빅리거들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셈이다.
결국 2026 WBC 조별리그는 '메이저리거가 없으면 무너지는 일본'과 '자체 동력으로 일어선 한국'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비록 조별리그 성적에서는 희비가 갈렸을지언정, 향후 8강 토너먼트 이후의 여정에서 한국 타선의 잠재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마이애미로 향하는 한국 대표팀의 방망이는 더 이상 일본의 그림자에 가려진 조연이 아닌, 세계 야구의 중심을 타격할 주연으로 거듭나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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