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93] 왜 ‘committee’를 ‘위원회(委員會)’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9-05 15:06
대한육상연맹 경기위원회 모습. [대한육상연맹 홈페이지 캡처]
대한육상연맹 경기위원회 모습. [대한육상연맹 홈페이지 캡처]
위원회(委員會)는 각계에서 두루 쓰는 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체육계에서도 통상적인 모임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위원회는 본래 위원에 의한 회의를 의미한다.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된 위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을 뜻한다.

위원회는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다. 일본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위원회는 1889년 일본 제국 헌법이 제정될 때 처음 사용됐다. 일본 제국헌법 제24조는 ‘각 위원장은 위원회의 경과 및 결과를 의원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말은 원래 영어 ’committee’의 번역어이다. ‘committee’의 어원은 라틴어 ‘committere’이다. 책임지고 맡긴다는 의미를 갖는다. 14세기 후반부터 영어로 쓰게 된 ‘committee’는 함께 한다는 의미의 접두사 ‘com’과 행한다는 의미인 ‘mittere’에 합성된 말이다. 영어를 ‘맡길 위(委)’, ‘인원 원(員), ’모일 회(會)‘라는 한자어를 써서 ’위원회(委員會)‘라고 번역해서 사용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위원회라는 말이 대한제국이 공포되기 2년전인 1985년 고종 32년 6월15일 ‘법률 기초 위원회 규정을 공포하다’라는 조항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 말이 일본의 영향을 받아 건너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스포츠에서 위원회라는 말을 가장 먼저 쓴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이다. 우리나라에서 ‘IOC’를 국제올림픽위원회로 부르게 된 것은 일본의 영향 때문이다. 1912년 IOC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일본은 IOC를 ‘国際オリンピック委員会’라고 표기했다. 일본식 한자 ‘국제(國際)’와 ‘위원회(委員會)’는 영어 ‘International’과 ‘Committee’를 의역한 것이다. ‘Olympic’은 음역해서 가타가나 ‘オリンピック’로 썼다. (본 코너 685회 ‘왜 ‘IOC’를 ‘국제올림픽위원회’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라는 말을 보도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후반부터였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일본이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올림픽 메달이 나오면서 보도하게 된 것이다. 1925년 4월16일자 조선일보는 ‘문제화(問題化)되는 국제(國際)『올림픽』회(會)’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구이팔년(一九二八年)에 화란(和蘭)에 개최(開催)할 제구회국제(第九回國際)『올림픽』대회(大會)에 요(要)하는경비(經費)로 화란(和蘭)『올림픽』위원회(委員會)는 일백만(一百萬)『프링로』의 지출안(支出案)을 의회(議會)에 제출(提出)한다는데 목하의회(目下議會)에서는 이것을 부결(否决)하는 형세(形勢)이라는더 만일 부결(萬一否决)되는 때에는 당첨공채(當籖公債)를 발행(發行)하야 제팔회파리대회(第八回巴里大會)에 참가(參加)하얏든 각국(各國)에 매출(賣出)할터이라더라’고 보도했다.

해방이후 우리나라 언론 등은 각 경기단체에서의 각 모임체를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보도했다. 육상연맹의 경우 선수선발위원회, 경기력향상위원회 등 여러 모임체를 적절한 이름을 붙여 ‘00위원회’로 구성했다. 스포츠 단체에서 다양한 위원회는 여러 장점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의 합의를 통해 전문적인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성원들의 편익을 취하는 면도 있지만 위원들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위원회가 구성되는 경우도 많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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