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89] 왜 ‘인간기관차(人間機關車)’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9-01 07:28
얼굴을 찡그리고 헐떡이면서 달리는 특이한 스타일 때문에 '인간기관차'라는 별명을 갖게 된 에믹 자토펙. 그는 1952년 헬싱키올림픽 육상 5000m, 10000m, 마라톤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얼굴을 찡그리고 헐떡이면서 달리는 특이한 스타일 때문에 '인간기관차'라는 별명을 갖게 된 에믹 자토펙. 그는 1952년 헬싱키올림픽 육상 5000m, 10000m, 마라톤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2000년 11월 22일 20세기의 육상 영웅이 세상을 떠났다. 그 이름은 에밀 자토펙(1922-2000). ‘인간기관차(人間機關車)’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체코 출신으로 1952년 헬싱키 올림픽서 남자 육상 5000m, 10000m, 마라톤에서 우승, 육상 장거리 3관왕을 달성했다. 그의 아내 다나 자토페도 이 대회 창던지기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장거리 3개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동시에 획득한 이는 지금까지 없었다. 게다가 부인까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사실은 경이적인 일이었다.

인간기관차라는 별명은 그로부터 시작됐다. 이 말은 일본 언론이 만든 조어이다. 인간과 기관차가 합쳐진 일본식 한자어이다. 일본 언론들은 당시 자토펙이 얼굴을 찡그리고 헐떡이면서 달리는 특이한 스타일의 그에게 인간기관차라는 별명을 붙였다. 자토펙의 영어 별명은 체코산 기관차라는 뜻으로 ‘Czech Locomotive’였다. 원래 기관차는 철도 차량의 하나로 차량 안에 동력 장치를 갖고 다른 차를 견인해 선로상을 주행 하는 차량을 말한다. 인간기관차는 인간이 마치 기관차처럼 쉼없이 거침없이 달린다는 것을 비유해 칭한 것으로 보인다.
자토펙은 장거리 종목의 스피드화를 이끈 대표적인 선수였다. 힘을 짜내 스피드를 앞세우는 러닝 스타일은 보는 사람의 영혼을 흔들었다. 양 어깨를 힘차게 흔들며 필사적으로 산소를 끌어들이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깊은 주름을 눈썹에 새기고 둔하게 달리는 모습은 2차세계대전 후 깊은 상실감에 빠졌던 세계인들에게 강력한 기관차를 연상시켜줘 사랑받았다. 그의 인터벌 트레이닝은 이후 각국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 언론 등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자토펙을 인간기관차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조선일보 1955년 8월27일자 ‘마라돈계(界)의혁신기(革新期) 제팔회제패기염대회(第八回制覇記念大會)에제(際)하여’ 기사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생이 서울육상연맹 이사자격으로 썼는데 ‘세상(世上) 사람들은이『차토백』선수(選手)를『인간기관차(人間汽關車)』라는『니ㅋ·네임』으로써 앙찬(仰讃)하고들있습니다’고 전했다.

이후 육상 장거리나 마라톤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을 인간기관차라고 많이 썼다. 주로 케냐, 에티오피아 등 선수들이 국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기사 제목으로 ‘인간기관차’라고 국내 언론들은 보도했다. 마라톤 선수들을 칭할 때 쇠처럼 튼튼하고 강한 다리를 가졌다는 뜻으로 ‘철각(鐵脚)’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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