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87] 왜 ‘다크호스(dark horse)’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8-30 07:21
 경주마 경기 모습. 다크호스는 경마에서 유래된 말로 유력한 경쟁상대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주마 경기 모습. 다크호스는 경마에서 유래된 말로 유력한 경쟁상대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크호스라는 말은 우리 언어 생활 속에서 많이 쓰는 외래어이다. 일반적으로 인물이나 역량은 알 수 없으나 유력하다고 지목되는 경쟁 상대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한다. 영어 ‘dark hrose’에서 나온 말이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dark horse’는 원래 도박꾼에게 알려지지 않아 베팅 확률을 올리기 어려운 경주마를 뜻한다. 경마용어로 시작한 말이다. ‘dark’에는 어둡다는 의미말고도 미지의, 비밀의 라는 뜻이 있다. ‘dark horse’는 비밀의 말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 말은 유대인 출신의 유일한 영국 총리로 소설가로도 활동했던 벤자민 디스렐리(1804-1881)의 소설 ‘The young duke(1831)’에서 처음 나온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 세인트 제임스 공작이 경마장에 깜짝 등장하면서 등장한 말이라는 것이다. 다크호스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한다.

다크호스는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정치적 의미로 많이 쓰였다. 미국에서 테네시주의 정치인 제임스 K 포크가 184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9차 투표로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뒤 제11대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 다크호스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포츠에선 경쟁에서 예상치 않은 성과를 달성한 팀과 선수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FIFA 랭킹 20위 크로아티아가 결승에 올라 프랑스에 져 준우승을 했을 때 다크호스라는 말을 세계언론에서 많이 썼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다크호스라는 말은 다양한 분야에서 관용어 표현으로 쓰였다. 이 말은 문화에서 먼저 등장한 뒤 스포츠분야로 넓혀갔다. 동아일보 1959년 5월24일자 ‘四·五月作品 BEST의 順位 新人作品의 水準과 方向’ 기사에서 새로 등장한 작가를 ‘다크호스’라고 소개했다. 동아일보 1962년 7월9일자 ‘國內六個大學팀과 對決할 强豪 早稻田大學蹴球팀’ 기사에서 ‘日本 축구계의 추세에 비추어 와세다팀의 내한은 전년도에 비해 훨씬 그 비중이 크며 하나의 다크호스적인 존재로 크로즈업 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전했다. 스포츠 용어로 다크호스라는 말이 등장했음을 확인시켜주는 기사였다.
현재는 의미가 조금 변형됐다. '아직 뚜렷한 실적은 없지만 고평가 받는 기대주' 정도의 의미로 쓰인다. 사전 예상 못한 선수나 단체의 경우, 다크호스보다 ‘깜짝 활약’, ‘무명의 반란’ 등의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여담으로 실제 다크호스라는 이름을 가진 경주마는 없다. 경주마 이름에 말, 馬, horse 등 말과 관련된 글자를 넣는 것은 금지조항이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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