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를 공부하고서야 야스나리가 국경이라는 말을 쓴 이유를 알았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도도부현(都道府県)’ 지방행정구역제도가 실시했는데, 그 이전에는 도와 군의 중간에 ‘쿠니(國)’라는 행정구역이 있었다. ‘설국’에서 첫 문장으로 언급한 ‘국경’은 군마현과 니가타현이 예전 ‘코즈케국((上野国)’과 ‘에치고국(越後国)’이라고 불린데서 나온 말이다. 이 두 지역의 경계를 국경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일본에선 고대 율령제가 시행된 이후 지방 봉건제가 발달해 전국을 수백개의 막부가 통치해왔다. 이들 막부는 독자적인 세력을 이루며 사실상 별도의 국가를 이루었다.
세계육상연맹은 경기용어 규정집에 ‘Country’와 ‘Territory’의 차이를 규정해 놓았다. ‘Country’는 국가 체제를 갖춘 나라를 뜻하며, ‘Territory’는 일정한 땅의 구역이나 경계를 이루는 ‘지역(地域)’을 뜻한다. ‘Country’는 세계육상연맹에 정식으로 등록된 국가를 말한다. 대한민국은 ‘ROK(Republic of Korea)’, 미국은 ‘USA(United States of America)’ 등으로 표기한다. ‘Territory’는 세계육상연맹이 국가나 지역 등을 묶어서 말할 때 쓴다. 예를들면 미주지역, 유럽지역, 아시아 지역, 중남미 지역, 오세아니아 지역 등으로 국가가 아닌 지역을 말할 때 이 말을 사용한다. ‘Territory’는 주로 세계육상연맹에서 주관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을 TV로 중계할 때 국가보다 더 넓은 광역의 공간적 개념으로 분류할 때 쓰는 단어라고 보면 무방하다.
우리나라서도 조선시대때부터 국가라는 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영어 ‘Country’와 같은 국가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은 일제강점기때부터이다. 조선일보 1930년 3월19일자는 ‘올림픽의발원(發源)’이라는 기사에서 그리스 고대 올림픽의 유래를 설명하며 “경기회(競技會)에 우승(優勝)한 선수(選手)는 국가(國家)가 특권(特權)을 부여(付與)하고 시인(詩人)에게시화(詩化)되고 조각가(彫刻家)에게 조각화(彫刻化)된다. 그것이 일문일가(一門一家)의 광영(光榮)과 명예(名譽)로는말 할 것도 업거니와 일주(一州)의 최상명예(最上名譽)로 자랑하엿다”고 소개했다.
지난 7월 2022유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192개 국가에서 1,900명의 선수가 참가했으며, 전 세계 주요 지역으로 TV, 유튜브 라이브 망을 통해 중계 방송을 내보냈다. 세계육상연맹은 미디어의 역할이 점차 커짐에 따라 'Territory'라는 개념을 공식적인 경기 용어로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Country'는 정치·외교적인 개념을 가진 단어이지만, 'Territory'는 국가를 넘어선 보편적인 지역 개념을 가진 단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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