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94] 왜 ‘스퍼트(spurt)’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9-06 07:25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스퍼트를 하는 육상 선수들. 2017 HAPPY700평창 대관령 전국하프마라톤대회 및 고교 10㎞ 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스퍼트를 하는 육상 선수들. 2017 HAPPY700평창 대관령 전국하프마라톤대회 및 고교 10㎞ 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TV 중계로 육상이나 수영 경기를 보다보면 선수들이 전속력을 내는 순간, 캐스터들이 “막판 스퍼트를 하네요. 결승선을 향해 막판 질주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스퍼트는 마지막 순간에 숭리를 위해 빠른 속도로 폭발력을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스퍼트(spurt)는 국어사전에도 오른 엄연한 외래어이다. 사전적 정의는 끝판의 역주(力走) 또는 역영(力泳)이다. 영어로 마지막이라는 ‘라스트(last)’라는 말을 붙여 ‘라스트 스퍼트’로 표기하기도 한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spurt’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독일어 ‘spurzen’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고대 인도유럽어로 뿌린다는 의미를 갖는 접두사 ‘sper’와 연관성을 갖고 있는데 고대 서부 독일어를 거쳐 고대 영어 ‘spryttan’, 중세 영어 ‘sprytten’에서 변형돼 16세기초부터 현재처럼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용어사전에 의하면 일본에서 스퍼트는 1930년 속도를 겨루는 스포츠 경기에서 어느 지점에서 전속력을 내는 의미로 사용했다. 경마에서 말들이 맹렬하게 뛸 때도 스퍼트라는 단어를 썼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1960년대부터 스퍼트라는 말이 등장한다. 조선일보 1965년 1월17일자 ‘좋은「컨디션」고른기록(記錄)‘기사는 ’제46회전국체육대회동계빙상대회「스피드·스케이팅」이틀째경기가16일상오9시부터효창「링크」에서속개됐다. 평균 영하3도의 가장알맞은 빙상「컨디선」으로 새기록은 나오지않았으나 고른기록을 보였는데 남자일반부의 한건일(한건일(韓健一)=공군(空軍))선수는 1천5백「미터」에서 2분28촉7,5천「미터」에서 대표선수 최남연(최남연(崔南淵))을「라스트·스퍼트」로 물리쳐 2분12초9를 기록,두종목에서 우숭했고 남고부1천5백「미터」에서는 정충구(대동상(大東商))선수가2분35초7로 우숭함으로써 첫날5백「미터」에이어 두번째 패권을 쥐었다‘고 보도했다.

육상 기사에서도 라스트 스퍼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조선일보 1965년 8월10일자 ‘ 이명정(李明廷)(한전(韓電))선수,「대회신(大會新)」수립(樹立)’기사는 ‘본사가 주최한 제18회세계제패(세계제패(世界制覇))기념단축「마라톤」대회에서 한국전력(한전(韓電))의 이명정(이명정(李明廷)=20)선수와 충북대학(충북대(忠北大))의 윤탁녕(윤탁녕(尹卓寧)=23)선수는 각각대회신기록을 세우면서1,2위를 차지했다. 9일 하오6시정각 96명의 건각(건각(健脚))들이 시청(시청(市廳))앞을 출발,노량진(노량진(露梁津))역앞을 왕복하는 약9「마일」「레이스」에서이명정선수는 처음부터 선두를 지켜 51분34초로「테이프」를 끊고 우승했다. 윤탁녕선수는 육군(육군(陸軍))의 강명광(강명광(姜明光))선수와치열한 접전끝에「라스트·스퍼트」를 살려 52분33초로2위를 차지했으며 강명광선수는 53분13초로 3위에입상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는 ‘라스트 스퍼트’라는 단어를 썼는데, 1990년대 이후 ‘막판 스퍼트’라는 말로 바뀌었다. ‘막판 스퍼트’는 스포츠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쓰는 말로 자리잡았다. 주식 시세가 마감직전 갑자기 치솟는 상황을 ‘막판 스퍼트’라는 말로 표현하며, 노벨상을 비롯해 경쟁부문에서 후보자들이 마지막 경합을 벌이는 모습을 말할 때 ‘막판 스퍼트’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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