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86] 왜 ‘라인즈 맨(linesman)’이라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3-05-14 07:23
2021년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4강전에서 공이 떨어진 자국을 주심과 함께 확인하고 있는 체코 크레이치코바(왼쪽).[연합뉴스 자료사진]
2021년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4강전에서 공이 떨어진 자국을 주심과 함께 확인하고 있는 체코 크레이치코바(왼쪽).[연합뉴스 자료사진]
윔블던 등 테니스 메이저 대회를 TV 중계로 보다보면 ‘아웃(out)’ 이나 ‘폴트(fault)’를 큰 목소리로 외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라인 밖으로 볼이 떨어질 경우 신속하게 이러한 두 단어 중 하나를 외치며 팔을 어깨 높이까지 수평하게 들거나 손바닥을 수직으로 벌려 주심쪽으로 향하게 한다. 테니스 심판 가운데 이런 일을 하는 이들을 ‘라인즈 맨(linesman)’이라 말한다. 타구가 정해진 코트 구역 안쪽에 떨어져 유효타가 됐는지, 바깥쪽에 떨어져 무효타가 됐는지를 판정하는 사람이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linesman’은 선을 뜻하는 명사 ‘line’의 복수형 단어 ‘lines’와 사람을 뜻하는 명사 ‘man’의 합성어이다. 라인즈맨은 원래 1858년 전신선을 다루는 기술자를 의미하는 말로 처음 쓰였다. 영국과 미국 스포츠에서 선심이라는 말로 쓰인 것은 근대스포츠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1800년대 후반이다. 테니스, 축구, 하키 등에서 아웃오브 바운드를 판정하며 주심을 돕는 부심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했다. 미식축구에선 1894년부터 ‘lines’에서 ‘-s’를 빼 ‘lineman’이라는 말을 포지션 용어로 썼다. 미식축구는 ‘스크리미지 라인(Line of Scrimmage, LOS)’이라는 가상의 선을 기준으로 공격과 수비의 영역이 딱 나눠지며, 정렬 때 스크리미지 라인 바로 앞 최전방에 서는 선수들을 ‘라인맨(Lineman/-men)’이라고 말한다.
테니스에서 라인즈 맨은 볼이 유효라면 특별히 ‘콜(call)’할 필요가 없다. 라인즈 맨이 성급하게 아웃 판정을 내렸는데 실제로 '인(in)'이 됐을 때는 즉각 주심에게 알려 정정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로 자기 담당 라인 근처에 떨어진 볼을 콜하지 못했을 때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는 신호를 주심에게 보내야 한다.
2020년 US오픈에선 노박 조코비치가 테니스 볼로 선심를 친 후 실격패해 탈락한 일도 발생했다. 16강전에서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스페인, 20번 시드)와의 1세트 경기중 게임스코어 5대6에서 실수로 여성인 선심에게 볼을 맞혀 US오픈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조코비치는 5대6이 된 후 자신의 게임을 잃자 스스로의 플레이에 크게 실망감을 나타내며 주머니에 있는 볼을 꺼내 라켓으로 코트 뒤쪽으로 쳤다. 그 볼은 서 있는 여성 선심의 목을 때렸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그자리에서 볼에 맞아 쓰러졌다. 심판진들은 조코비치의 실격패를 선언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1980년대부터 테니스에서 라인즈 맨에 대한 보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1988년 9월21일자 ‘체조 고난도(高難度)욕심에"추락"잇따라 경기장주변’ 기사 일부는 ‘테니스경기장에서는매경기때마다 한국인 선심(라인즈맨)의 판정에 불복하는외국선수들의 항의가 속출. 20일 남자단식1회전 경기에서 세계적 강호 에드베리(스웨덴)와 타이브레이크까지가는 힘든접전을 벌이던스코프(오스트리아)는 에드베리의 서브가「아웃」이라고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코트에 라켓을 던지며 재차 항의. 관중들도 스코프의 어필에「이유있다」는 동의의 표시로 휘파람을 불며 선심에게야유를 보내기도 했으나,결국 스코프가 심판판정에 승복하자 이번엔 다시 격려의박수를 보내 경기는 무난히 속행. 또 한국의 유진선(兪鎭先)과 맞붙은 이스라엘의 맨스도르프도경기중 3차례나 주심에게다가가 선심의 판정에 불만을 표시’라고 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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